소소한 일상/쁘리띠의 수다

노란 리본의 기적을

쁘리띠님 2014. 4. 22. 12:47

 

 

정말이지 너무 비통하고 슬픈 날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선실이 더 안전하다. 절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는

어른들의 말만 철썩같이 믿었다가 차가운 바닷물 속에, 컴컴한 어둠 속에,

죽음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습니다.

 

제발, 한사람이라도.

신이 있다면 제발 기적을.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텐데도...

어제부터 수많은 아이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주검은 우리를, 어른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만 같습니다.

 

"이는 너희 어른들의 죄다." 

 

도망친 선장, 불법과 부실로 뭉친 회사,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되는, 법적인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요...

 

자기들만 아는 통로로 빠져나온 이기적인 선장의 모습은 우리와 닮은 점은 없나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다며 짐승처럼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에는

우리의 얼굴이 없는가요.

 

원리원칙보다는 편법과 불법이 세상의 이치라고

남들은 어떻게 되든 나만 생각하는 것이 이 무서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그렇게 우리 어른들은 알게 모르게 가르치지지는 않았던가요....

 

그것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렇게 통탄해 마지않게 시체로 돌아왔습니다.

어른들은 배 안에서도, 배 밖에서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화가나도 또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월호 침몰이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두통과 심장두근거림이 시작되더니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뉴스 보도를 끄면... 지켜보지 않으면 마치 아이가 죽을까 끄지도 못하고

밤마다 지난번 목포를 다녀왔던 페리호에서 세월호에서 처럼 침몰 사고가 났다면.. 하는...

은수양과 나도 아이들처럼 정전되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 빠져 아비규환 속에

죽음을 맞이하는 반복되는 상상에... 아이들의 공포와 고통이 느껴져 매일 눈물이 흐릅니다.

제 아픔이 어디 실종자 가족에 비할 수나 있을까요. 온 국민이 저와 같을 겁니다.

 

그러다 일요일에는 몸을 일으킬 수도, 손가락 관절이 빠져버린 듯 움직일 수 없이 아팠네요.

도움 요청할 기운도 없이 끙끙 앓고 있는데 은수양은 "엄마, 눈 감지마." 하면서 옆에서 울고....

다행히 마침 전화 온 치윤이 엄마가 은수양을 데리고 나가 돌봐줘서 겨우 몸을 추스릴 수 있었네요.

 

그래요, 누군가로부터의 선의의 도움....

그 속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침몰 직전에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네고 자신은 죽은 아이,

승무원은 마지막에 탈출하는 거라며 구명조끼를 아이들에게 나눠준 여승무원,

5살 아이를 차마 두고 올 수 없어 힘모아 아이를 구했던 학생들과 어른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커텐과 소방호스를 묶어 노력한 어른도 있었지요.

모두 잊지말아야할 사람들이며 간직할 우리의 소중한 인간성입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번 사고에서 충격과 절망만이 남았을 겁니다.

 

황망하게 죽어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죽어간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어른들에게 분노하고

아이를 잃고 생사를 모르는 부모와 가족들은 실신하는 상황에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며 교감선생님이 세상을 달리하셨지만

제발 부모님이 아이들을 따라 죽는 자살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