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베트남 냐짱 - '바다 위의 와인바'로 풍덩∼
◇ 무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플로팅 바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
무더워지는 날씨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고 바다에서의 시원한 물놀이가 간절해진다. 베트남의 여름은 더 뜨겁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염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물놀이할 장소를 찾다가 냐짱에 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마마한 보트 트립’이라는 하루 일정의 투어가 유명한데, 작은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주변 서너 개 섬을 돌아보고 스노클링을 즐기고 점심식사와 과일 후식, 그리고 밴드의 여흥이 포함된 투어의 가격은 단돈 7달러 안팎. 게다가 호텔 픽업까지 제공되니 싸도 너무 싸다.
냐짱으로 가는 버스에서 만난 정옥, 하노이에서 만난 일본인 료헤이와 함께 투어를 신청했다. 오전 10시쯤 도착하니 배에는 현지인들과 외국 배낭 여행자들이 가득 타고 있다. 손님들이 다 타자 배는 출발했고, 낡은 스피커가 쾅쾅 울리는 가운데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 등장한다. 베트남어와 영어로 진행하는데, 참석자들의 국적을 파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 일본 음악이 연주되자 료헤이가 일본 대표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밴드의 명랑한 ‘관광버스 음악’이 시작됐다. 조금 전에 파악한 국적에 맞춰 그 나라의 고유음악이 메들리로 연주되고, 마이크를 건네 주며 노래를 부르게 한다. 모두 자기 나라의 대표 선수들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한국은 아리랑이 연주되었는데 달랑 우리 둘밖에 없어 조금은 부끄러웠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서양 친구들은 맥주병을 한 손에 들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여흥시간이 끝나자, 배가 멈추고 점심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식사 후엔 스노클링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바다로 들어가 아름다운 물고기 떼를 감상했다. 보트로 돌아와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나 싶었더니 다시 사회자가 마이크를 쥔다.
“지금 바다에 ‘플로팅 바(floating-bar)’가 있으니 무료 와인과 음료를 즐기세요∼”
사람들은 열광하며 너나없이 바다로 뛰어들었고, 수영선수였다는 일본인 료헤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배 위에서 바다로 다이빙할 정도의 수영 실력은 아니어서 통통배 옆에 붙은 타이어를 잡고 내려가다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속도는 무게에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순식간에 물속 깊숙이 들어갔고, 짠 바닷물을 한 바가지는 마신 것 같다. 허우적대다 근처에 있던 구명튜브에 손이 닿고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놈의 플로팅 바가 뭔지! 사람들을 따라 플로팅바로 헤엄쳐 가는데 료헤이가 양 손에 와인 컵을 들고 편안하게 수영하며 다가온다.
“이거 재밌는데∼!”
와인 한 모금을 마시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한 잔을 내게 건넨다.
“수영 잘해서 좋겠다. 난 잠시 전까지만 해도 죽을 뻔했는데….”
갑자기 배 위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정옥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다이빙을 하라는 주변의 부추김에 배 난간에 서게 된 것이다.
“언니, 어떡하면 좋아요.”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수영은 할 줄 알아?”
“아뇨, 전혀 못해요.”
“그럼 뛰어들지마.”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정옥의 뒤에서 ‘하나, 둘, 셋’을 외치기 시작했고, 뛰어내리라고 계속 닦달이다.
마침내 정옥이 말했다.
“언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그냥 뛰어내려야겠어요.”
“뭐라고! 정말 뛰어내리겠다고? (죽을 셈이냐? -_-;) ”
정말이지 사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 배 위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겠다니!
무모하다. 다급한 마음에 료헤이를 불렀다.
“너, 수영선수였다고 했지?”
“응”
“잘 들어, 지금 저 배 위의 내 친구는 수영을 전혀 못해. 그런데 지금 뛰어내린대.”
“뭐라고? 왜?”
“나도 몰라. -_-;; 여하튼, 뛰어내린대. 난 수영을 잘 못해. 그러니, 너밖에 없어.
너가 저 친구를 구해야 해. 할 수 있겠지?”
필자의 비장한 표정에 긴박함이 전해졌는지 료헤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가 뛰어내릴 지점을 가늠하며 수영해 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사람들의 함성에 맞춰 정옥이 정말 뛰어내렸다. 그리고, ‘ 풍덩’ 물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물 위로 떠오르는 정옥의 모습이 보였다. ‘죽진 않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정옥 옆에 료헤이도 솟아오른다. 료헤이는 정옥을 구명튜브를 잡고 있는 필자에게 데려오며 말했다.
“그녀를 구하다 나도 죽을 뻔했어.”
정옥이 물에 뛰어들자마자 료헤이는 잠수해 그녀의 발밑으로 내려가 손으로 그녀를 물 위로 밀어 올렸단다.
료헤이가 없었으면 정옥은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무모하게 뛰어내렸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정신이 좀 들고 나자 이번엔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꽤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정옥에게 말했다.
“료헤이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야. 너의 발을 밀어올려 네 생명을 구하다니 정말 멋있지 않니?
그 친구가 없었으면 넌 물에 빠져 죽었을지도 몰라.”
정옥의 눈빛이 부드럽게 바뀐다. 항상 무덤덤하기만 했던 료헤이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여느 때와 다르다.
순식간에 두 사람을 연애 모드로 바꾸어 놓은 냐짱의 바다는 그래서 특별하다.
8세기경 짬빠 왕국의 수도였으나 역사 유적지보다는 베트남의 휴양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마마한 보트 트립과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스킨스쿠버 같은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서너 개의 섬을 둘러보고 점심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투어비용은 단돈 7달러 안팎. 7km나 되는 긴 모래 해변도 유명하다.
여행정보
베트남으로 가는 직항으로는 베트남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하노이행과 와 호찌민행이 있으며,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베트남은 15일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10∼15일 동안 일주여행을 하면 좋다. 세로로 긴 모양의 베트남을 효과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오픈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북쪽의 하노이와 남쪽의 호찌민을 연결하는 버스 티켓이 있다. 구간별로도 살 수 있으나 조금 더 비싸다. 냐짱은 호찌민에서 더 가까운데 야간버스, 야간열차를 통해 갈 수 있지만 국내 항공(1시간 소요)이 편리하다. 저렴한 호텔은 싱글, 더블룸이 8∼10달러 정도. 현지 화폐(1만동이 약 700원)가 있으나 베트남 전역에서 달러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