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파리] 메트로의 연주자들
나는 구불구불 이어진 메트로의 환승통로를 걷고 있었어.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기운이 쏙 빠져 얼른 숙소로 돌아가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했지.
그 때,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어. 통로가득 울리는 경쾌한 재즈 피아노 소리.
머릿속 Off 상태 스위치가 On으로 바뀌면서 칙칙폭폭 아드레날린이 다시 분비되기 시작했어.
이토록 맑고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빨라졌지.
음악소리가 점점 커지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가니 연주자가 보였어.
그때는 가을이었는데 지하철 안이 추웠는지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 목에는 오렌지색 머플러를 둘렀어.
비니 모자를 쓴 아저씨는 신나게 연주를 하고 있었지.
몇몇 사람들은 연주자의 바로 코 앞에서 프랑스어로 말을 걸고 있었어.
아저씨는 연주를 하면서 또는 잠시 연주를 중단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신기했던 건 말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피아노 위에서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아저씨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에너지가 넘쳐흘러요. 고마워요!” 라고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프랑스어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_-;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런 멋진 공연은 상응하는 칭찬이 필요한데 말이지.
아저씨가 ‘조금 많이 핸섬가이였다면...’ 하고 기대했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했어. -.-
아저씨의 멋진 연주를 제대로 들어볼까? :)
그 시간은 파리지앵들에게는 퇴근시간이었어.
다들 하루 종일 업무에 바빴을 테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거야.
메트로 안에서의 파리지앵 표정은 그리 밝지 않거든. 우리나라처럼 말이야.
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며 아저씨의 에너지 가득한 피아노 소리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겠지. 행복해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