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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연재] 순례자의 길

[순례자의 길8] 여섯째 날, 표지


이 글은 여섯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내게, 보이지 않던 표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바람처럼 걸었다.

이것은 나무, 바람, 산, 들, 달팽이, 개미, 그리고 뜨거운 햇살.

커다란 집의 벽에, 굴뚝에, 물을 받을 수 있는 식수대 조차 그 어느 것 하나 의미없는 것이 없었다.
길 곳곳에 표지들이 숨어 있었다. 그 전엔 몰랐던 것들이다.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작은 표지들이
이젠 그저 눈길만 스쳐도 클로즈업 되어 내게 다가왔다.

신이났고, 행복했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됐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됐다!

여섯째날, 에스테야(Estella) 22.4km
자다가 또 살짝 깼는데, 단 한명도 코를 골지 않고 편안히 자서 다소 놀랐다. -.-
왠지 비정상이었다고나 할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_- 흠.

- 달팽이가 이제 검지 않고 맨몸이 아닌 집을 이고 다니기 시작했다.
   땅이 바뀌었나보다. 그리고, 더워지기 시작했다.
- 아침마다 엄청나게 통통한 개미들의 시체가 길에 늘어져 있다. -_-;;;;
   다들, 키만 크고 빨리 걸을 줄만 알았지 이토록 살생을 많이 하다니...-_-;
   개미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 나비는 왜 쌍으로 날아다닐까?
 (연애질 하나? 나쁜 것들. -_-+)
- 마을에 도착할 때마다 나비가, 고양이가 친절하게 나를 맞는다. Hola하고.
  (이제 환청까지....미쳐가는 건가...-_-;;;)

그 날의 일기에 써 있던 것들이다. 난, 곤충학자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_-

[위의 사진] 도로 옆에 순례자용 길이 따로 나 있다. 어차피 도로랑 방향이 똑같으면서 왜 만들었대? 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을 걷고 싶다.


에스테야(Estella) 도착
아무런 기록이 없어 몇시에 출발해 언제 도착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이날 드디어 보통 사람들처럼 시에스타를 즐겼다. ㅎㅎㅎㅎㅎㅎ

[위의 사진] Hospotal Peregrinos 4유로(아침은 저렴한 1.5유로)
 이때까지 마을 중에선 조금 큰 마을이지만 역시 순례자 길 중간에 있어 주소 불필요.

[위의 사진] 알베르게 주인도 여러번 이 길을 걸은 듯. 얘기하고 싶었다.

[위의 사진] 앗. 오기사 그림인 줄 알았당. -.-
순례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림 그리는 사람 몇 명 만났는데
길이 아름다워 그림 그리기에도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위의 사진] 다른 알베르게와 달리 정말 예쁘다. 주방도 넓고 쾌적하고.
휴지통하나까지 남다른 작품이라고나 할까. 흠흠

[위의 사진] 일찍 도착해 시에스타도 즐기고 시간이 남아 성당에 갔는데
굳게 문이 잠겨있었다. 다리 아픈데 저 계단을 오르느라 고통스러웠건만. -_-
 
[위의 사진] 산티아고로 가는 길

2007. 5. 21(2010.2.1업데이트)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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