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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쁘리띠의 특별한 여행

[터키, 타트반] 이슬람 라마단 체험기


[위의 사진] Van에서 tatvan으로 가는 길의 반(van)호수

타트반(tatvan)... 터키의 최동부에 위치한 이란과의 국경이 멀지 않은 곳. 
바다와 같이 큰 반(van)호수를 둘러싼 도시 중의 하나다.

며칠 전 옆에 앉았던 여행자의 가이드북을 보고 적어둔 Hotel Aslan과 주소를 내보였더니
버스회사가 제공해주는 버스터미널과 시내를 연결시켜주는 무료 버스를 타란다.

운전기사가 이곳에 내리라고 알려주자
버스탈 때부터 신경써 준 터키남자가 먼저 내리더니
버스 뒤쪽의 짐칸에서 내 가방을 챙겨주며
호텔 바로 앞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곤, 수줍게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감사하다. 좋다. :) 하하.

지도없이 여행한지 꽤 되었는데,
터키는 항상 이런 식이다.

door to door 친절 사람들.

낯선 곳에 도착하면 항상 주변사람들이
마치 도와줄 순번을 정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듯
짠, 하고 나타나 도와주는 나라 터키.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갈 일도 가이드 북도 필요없다. 현지 사람들에겐 책에 없는 생생한 정보가 가득한 걸 뭐.

호텔에 도착해 처음 부른 가격에 흥정을 하니 너무 쉽게 깎아준다. -_-;; 담배냄새가 좀 배여있긴 했지만 화장실 딸린 싱글룸을 12리라(8,000원 정도)에 얻었다. (나중에 만난 이란인들이 자기네들은 싱글룸을 5리라에 얻었었다고 해서 충격받았지만... 진짤까? -_-)

짐을 풀고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근처 식당을 물으니
*라마단* 기간이라 식당은 다 문닫았단다. -_-

아차. 라마단 기간이 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들었지!

라마단은 이슬람교 신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5대 의무 중에 하나인데,
이 기간동안 알라신에 대한 경배를 다잡고,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단다.

해가 떠 있는 동안(정확히는 모스크에서 해가 진 것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금식하고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며, 매일 20페이지씩 코란을 읽고
(30일이면 600페이지의 코란을 다 읽게된다)
기간동안(낮동안만이 아니라) 금주, 금연, 성관계도 하지 않는단다.

단, 어린이와 임산부, 환자, 노인, 우리같은 외국인은 제외되지만
외국인 여행자라고 해서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을 순 없다.
강제되는게 아니고, 여행자들이 지켜야할 예의다.

독일여행자들이 빵과 발라먹을 것을 사서 로비의 테이블에 펼쳐놓자
호텔주인이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니 방에 올라가서 먹으라고 한다.

" 난 빵쪼가리를 먹고 싶지 않아. 밥이 먹고 싶어. 난 배가 고프다고....ㅠ_ㅠ "

징징대던 나에게 호텔주인은 "라마준(터키식 피자) 배달은 아마 될꺼야." 하더니
바깥에서 지나가던 사람을 불러 뭐라뭐라 한다.

조금 뒤에 종이에 싸여진 수상한 물체가 배달이 왔고(하하, 내꺼~ ^^)
돈을 주려고 손을 내밀자 배달한 오빠가 손을 흠칫~ 하더니
내 손바닥 아래로 한뺨 내리며 손바닥을 편다.

" 돈을 떨어뜨려?? "

그러란다. -.-


난 동전을 한 개씩 떨어뜨리고, 배달오빠는 손바닥으로 한 개씩 받는다.
동전을 안떨어뜨리려고 귀엽게 애쓰는 표정과 포즈가 웃겨서 웃으면서 물었더니
곧 예배를 드리러 가서 씻었기 때문이란다. 하하.

하루에 5번, 예배를 드리기 전엔 항상 비누 등으로 예식에 맞게 씻어야 하는데
먼저 손을 씻고 입안->코->얼굴->팔꿈치까지
오른손 먼저 왼손 다음->이마->목->오른발->왼발 순으로 씻는데
숙달이 되면 고작 1-2분밖에 안걸린단다.

중요한 건, 씻은 후 남자는 여자, 여자는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하면 오염(?)되기 때문에
위의 과정을 반복해야해서....아까도 나에게 닿지 않고 그렇게 돈을 받았던 것!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 호텔주인이 돈을 받을 때도
테이블 위에 돈을 두라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에서 톡톡~ 거렸던 기억이 났다.

흠. 그랬던 거군. ㅋㅋ 잼난다! :)

" 미안해. 음식냄새를 피워서. 얼른 올라갈게~ "
 (이렇게 말하면서도 밥먹을 생각에 입은 웃고 있다. -.-)

깡충깡충 뛰어서 방으로 돌아와 침대위에서 라마준을 야금야금 먹는데
맛은 있었지만, 답답해 미치겠다. ㅠ_ㅠ 음식을 숨어서 먹다니~!

저녁식사
저녁시간이 되자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셔터들은 바쁘게 내려간다.

후다닥~ 차에 타더니 급하게 출발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바쁘다.
빵집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모두 어딜가나? 마치 전쟁난 것 같다.
어딜가긴. 집에가지. -_-

그렇다. 다들 집에 간다. 과속으로, 서둘러서.
집에선 성대한 음식이 차려져 있고 모두들 음식을 둘러싸고 앉아 밥먹을 준비자세~!

모스크에서의 해가 짐을 알리는 소리를 기다린다.

난 이제 제대로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다 싶어 해지기 조금 전, 나도 미리가 있겠다며 식당을 물었더니 호텔주인이 또 날 door to door로 식당까지 데려다 주고 주문까지 대신 해준다. 감사하다. ㅠ_ㅠ
식당엔 여자는 달랑 나 혼자. -_- 이런 주목 싫다.

모두들 빵과 기본양념이 차려진 테이블을 앞에두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ㅎㅎ

알라~~~~~~~~~~~~#$#$#*%@(#@$&#&*(@&#$^(@$

해가 짐을 알리는 소리가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고,
잠시 뒤 음식들이 테이블로 날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장난 아니다. 하하하

호텔로 돌아와 오늘 본 라마단 풍경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호텔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 파티마, 네 이름은 무하마드의 딸 이름이야.
  우리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하는 낮동안 배가 고프지 않지.
  마시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아. "


" 흠. -_- 흥미로운 걸. 정말 배고 고프지 않단 말이지... "

"정말이야. 그리고, 저녁땐 한상가득 음식을 만들어 먹지."

" 와, 맛있겠다! "

"너가 만약에 우리 무슬림처럼 라마단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저녁을 공짜로 줄게."

" 흠. (솔깃) 모라고? -.- "

호텔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내게 할 수 있겠어? ㅎㅎ 하는 눈빛을 보냈다.
무슬림만이 하는 라마단을...네가,,? ㅎㅎㅎ <- 라고 하듯이.

당연. 나의 도전정신을 북돋는군!

" 도.전.하.겠.어. "

"정말이지? ㅎㅎ 당장 내일부터?"

" 그래, 당장 내일부터 "

라마단 체험, 첫 날
예정대로 새벽에 누군가 방문을 두두렸다.

해가 뜨기 전 기도를 드리고 밥을 먹는데,
난 무슬림이 아니므로 기도는 생략하고 밥만. -_-;

=_=

졸린 눈을 비비며 예배를 드리는 어떤 사람을 지나(이 새벽에!)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새벽 3시 반. 빵을 조청같은 거에 찍어 먹고, 계란..차와 물을 마셨다.
미쳤고나. 내가 이 시간에 내기 때문에 일어나 밥을 먹다니...-_-;;;
낮에는 안하는 식당이 새벽엔 여는지 사람들이 밥먹으러 나간다.
그리고 4시에 다시 취침.

다시, 일어나보니 12시. -_-
(나의 생체시계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같다. 단, 외국에서는 더 일찍잔다는 차이점이 있다)

흠. 6시간만 견디면 저녁을 먹겠군. -.-

가만히 있으면 배가 고플테니 인터넷을 하러 나가려 호텔로비로 내려갔다.
호텔주인이 의심스러운(뭔가 먹었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 나 지금 일어났어. -_- 인터넷 하러 가려구. "

" 안돼. 인터넷을 하고 싶으면 있다가 호텔 컴터를 켜줄테니 여기서 해. 돈은 받지 않겠어. "

완전 날 못믿는 눈치다. -_- 밖에 나가서 몰래 먹을 데가 어딨다고. -_-

현지 사람들은 집이나 가게서 원한다면 몰래 먹을 수 있겠지만,
우리 여행자들은 정말이지 단 한군데도 먹을데가 없단 말이다. -_-
음식을 먹으려 아무도 없는 산(그런 곳은 위험하다)에 올라갈 순 없지 않는가! ㅠ_ㅠ

난 호텔로비에 앉아 직원들과 수다를 떨며 밥시간까지 기다린다. -_-;

" 머리가 아파. -_- "

" 넌 처음이라 그래. 하지만, 이제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

음식은 그렇다하더라도 물까지 못먹는 건 정말 좀 아닌 것 같다.
입술이 마르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두통이 생기는데 장난이 아니다.
방으로 돌아와 누워있다가 다시 로비로 내려왔더니 음식준비를 하고 있다.

함께 음식 준비. ㅎㅎ

잠시 뒤, 해가 짐을 알리는 소리가 나고
우등생 신자들인 호텔 식구들과 함께 알라신께 기도를 한 뒤(나는 포즈만...)
밥을 먹기 시작했다.

뭐, 두통이 있긴 헀었지만... 생각보다 쉽다. :)

함께 밥을 먹는데, 와~ 장난아닌 폭식가들.
점심 못먹은 것 까지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털어 넣는다.

정말 낮동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이거지....-_-;

라마단의 하루
라마단기간 내의 터키인들의 하루를 살펴보자.

 [위의 사진] 차이 가게. 뭔가 빠져 보이지 않는가? -.-
찻집에 빠질 수 없는 차와 담배없이 모두들 의자에만 앉아있다.
동부지역엔 여자들이 거의 밖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찻집은 남자들만의 공간이다.
손에손엔 기도를 위한 묵주와 염주같은 게 들려있다.

 [위의 사진] 해가 진 후 호텔식구들이랑 만들어 먹은 라마단 음식
스프, 빵과 치즈, 토마토와 고기, 고추로 만든 매운 음식(이건 터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위의 사진] 일몰 후의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있기 한시간 전 시장의 모습.
모두 셔터를 내리고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전 속력으로~!
이때, 차들 대부분 과속모드. 남자들은 집에 가기 전 따끈한 빵을 사러 빵집에 들른다.

[위의 사진] 무슬림들은 매일 5번 기도를 하는데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일하다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리면 사람들은 모스크로 발걸음을 서둔다.

시간이 늦으면 모스크 안에 자리가 꽉 차기 때문에
바깥쪽까지 사람들로 가득하다.

[위의 사진] 예배를 드릴 때는 깔개가 필요한데 예배용 양탄자를 가져온 사람,
나무판으로 특별히 제작한 사람, 천을 들고 온 사람, 종이 박스까지 깔개는 다양하다.


 [위의 사진] 메카를 향해 자리를 피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앉는다.

[위의 사진] 예배의식에 맞춰 기도하는 사람들.
 
 [위의 사진] 메카를 향해 절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여자들은 단 한명도 볼 수 없는데
그나마 이스탄불에서는 여자들도 모스크 안에서 기도할 수 있게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보수적인 동부에선 여자들은 모스크안에 들어갈 수도 없고
팔이나 다리를 드러내는 옷도 거의 입지 않으며 거의 집안에만 있어
길거리에서조차 여자들 보기가 힘들다.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러 갔을 때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내가 앉았던 자리근처까지 오자
예배를 보러 몰려드는 남자들이 근처에 앉아있던 여자들에게 저쪽으로 가라고 해서
[아래 사진]처럼 여자들은 건물 뒤의 안보이는 곳으로 밀려났다. -_-

 [위의 사진]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왜 여기 계시지? -_-

[위의 사진] 예배가 끝나면 다시 각자 일터로 돌아간다.

[위의 사진] 퀘프테, 라마단 때만 먹는 특별한 음식. 레몬즙을 쳐 먹는다.
맛은 매운 곡물 맛이라고나 할까. -.-
 
 [위의 사진] 역시 라마단 음식, 오른쪽의 저 빨간 양념이 빠지지 않는다.

[위의 사진] 타르타, 터키의 특별한 날 먹는 단과자. (우리나라의 '한과'로 보면 된다)
라마단 기간 때 후식으로 먹는다. 이건 좀 비싼 것! 일단 사가면 없어서 못먹는다!
맛은 기름+설탕 맛...-.- 그나마 오른쪽의 네모난 건 하나 먹었다.

사흘간의 체험, 그리고...

이렇게 장난처럼 시작한 라마단 체험 내기는
내가 이란으로 떠나기 전까지 4일동안 계속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 너가 할 수 있겠어? " 하던 눈빛이 점점 신뢰와 사랑으로 바뀌어갔다.
너는 이제 먹어도 된다며 차츰 걱정까지 하기 시작하더라는...하하

또, 라마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다이어트 되겠다고 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전혀 살이 빠지지 않았었음을 밝히고 싶다. -,.-;

이유는 새벽과 저녁을 먹는데....
뭐 하루에 두끼먹던 내 생활과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공짜밥을 얻어먹고(미안해서 매일매일 라마단 후식을 샀다)
넌 정말 'good people'며 내 친구이니 꼭 다시와서
다음엔 호텔이 아닌 내 집에 묵고 한국에 돌아가면 코란을 읽고 무슬림이 되어
궁극적으론 터키의 무슬림과 결혼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하하.

이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라마단이었지만
무슬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다.

알라의 말씀을 한국에 들어왔으니 정말 읽어봐야겠다. :)

하지만, 결혼은...
이때까지 여행하면서 줏어들은 터키남자들의 정력을 생각해 보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_-

2007. 2. 12(2009.12.17 업데이트)  pretty chung..:-)

 [위의 사진] 나에게 '라마단' 금식을 하면 저녁밥을 주겠다고
나의 도전정신을 부추긴 호텔 주인

 [위의 사진] 라마단 기간 내 나의 아침을 챙겨주고 날 돌봐준 호텔 아저씨

[위의 사진] 아스란 호텔에서 첫날 시켰던 피자, 라마준을 배달해준 터키오빠.
왼쪽 위의 빵집 주인 아저씨까지 따뜻하게 쳐다보고 있는(찍을 땐 몰랐지만) 
이 사진은 내가 타트반에서 찍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