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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연재] 순례자의 길

[순례자의 길1] 프롤로그 :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곧 갖다 버려야 할 것 같은 사진의 신발은 800km를 걸었다.
아니, 이 신발은 파나마에서 샀으니 1,000km는 걸었을거다.

2006년 5월, 업데이트 하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다.
짜증을 참고 참던 난, 반짝 하고 빛나는 글을 발견한다.

여행기방의 추천글을 뽑다 발견한 한 개의 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①. 산 세바스티안 (Ms.Lee)

아하하, 그래. 이거야. 난, 좀 걸어야겠어!
내가 좋아하는 파올로 코엘료도 걸었대잖아.


800km... 숫자에 약한 난 800은 800일 뿐 별 생각을 안했는데,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일주일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신
집 주인장 분이 이렇게 말했다.

" 800km면, 서울-부산 왕복이에요!!! "

헉....멀다. -_-  프랑스-스페인은 버스를 안타봐도
서울-부산은 버스와 기차 모두 타봤다. 어쩌지...? -_-
난 답답하다고 부산까지 걸어가 본 적은 없지 않나...-_-

아, 몰라몰라~ 복잡한 건 싫어...이미 결심했으니 그냥 시작할테야.
난 가슴이 답답하고, 아무생각없이 좀 걷고 싶을 뿐이라고~!

그래, 이왕이면 내 생일날부터 걷는게 좋겠어! :)

그래서 쁘리띠는 2006년 6월 16일 오전, 기차를 타고
생 쟁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 이하 '생쟁')에 도착합니다.
생일맞이, 걷기대회를 위해.

안녕하세요, 쁘리띠입니다. :)
여행기를 시작하려던 것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서두가 여행기 비슷하게 되어 버렸네요. -.-
여행기는 좀 뒤에 시작하도록 하고
일단 순례자의 길을 걷고 싶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글을 먼저 쓸까 합니다.


걷고 싶으세요?

그저 좀 걷고 싶었던 전 사실 순례자의 길 시작 장소로 가며 주눅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천주교신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저처럼 비신도가 성지순례를 하는 신자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비단 성지순례를 목적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걷는 이유들에 대해 물어보니
1. 저렴한 비용에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많았어요! -.-
2. 정년퇴직이나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맞은 분들이 생각을 정리하러. <- 정말 많았어요.
    저도 생각하기 위해서 걸었으니 아마도 이 부류안에 해당되는 듯.
3.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러. (운동도 하고, 자신감도 갖고 싶어서)
4. 정말 독실한 종교적인 이유로. <- 주로 이탈리아 분들이 그러시더라구요~

청소년부터 호호백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저보다 다 잘 걸으셨음. -_-)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걷는 분들이 많으니, 일단 두려워하지 마세요. :)

까미노 데 산티아고가 뭐에요?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란 뜻이에요.
Santiago de Compostella(보통 줄여서 '산티아고'라고 해요)는
스페인의 북서쪽 끝의 도시인데 '산티아고=야고보=제이콥'가 예수의 복음을 전하러
이 길고 긴 길을 걷고 (하지만, 실제 신도가 된 사람은 겨우 2명 밖에 안되었대요. 
그러니 그의 '복음'의 의지는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하 '산티아고')에 그의 무덤이 있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이 길을 걷는 것이죠.


얼마나 걸려요?
저는 '생쟁'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33일째 산티아고에 도착했는데,
똑같은 장소에서 출발한 다른 한국분들을 보면 28일 정도. (저보다 빨라요~)
외국인 친구들은 편차가 큰데 보통 25~30일정도 걸리더라구요.
 
물론, 의무적으로 '생쟁'부터 '산티아고'까지 몽땅 걸을 필요는 없어요.
어떤 분은 매년 보름정도 휴가기간동안만 걷는데 2년에 걸쳐
'생쟁'-레옹, 레옹-산티아고 이렇게 나눠서 걷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하루에 반드시 25~35키로를 걸으라고
누가 강요하지도 않아요. (하루에 45-50키로를 걷는
바이킹의 딸들도 봤음..-_- 보통은 20-30키로를 걸어요.)


천천히 걸으면 더 오래 걸리고
(시간이 되신다면 40일정도도 좋을 듯)
빨리 걸으면 더 짧게 걸리는데 시간이 없거나
운동이 아니라면 빨리 걸을 필욘 없는 것 같아요.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는
일반적으로 하루이상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몸이 안좋거나 조금 쉬고 싶다면, 1km라도 떨어져 있는
다음 알베르게로 걸어 가기만 하면 됩니다.

(뭐, 어떤 곳은 의사의 처방전이나 특별한 허락이  있으면 2-4일 쉴 수 있기도 하지만...)
그러니 하루에 5km씩 걸을 수도 있고 40키로를 걸을 수도 있는거지요~ :)
(물론, 알베르게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어떤 곳은 20km 구간이 없기도 해요~)

[위의 사진]은 산티아고까지 99km남았을 때. 뿌듯! >.<

 

전 가이드북이나(순례자 길 가이드 북이 있어요. 유럽에서 살 수 있음) 지도없이 걸었는데요,
'생쟁'에서 피레네 넘는 산만 좀 잘 가면 나머지 곳은 '표시'로 찾아갈 수 있어요.

[위의 사진]
에는 좀 흐릿하게 보이는데 K99라고 써 있는 것 위에 조개모양 표시가 있어요.
0.5km마다 저런 표시가 있고, 순례자의 주요한 표시로는 노란색 화살표와 조개모양 표시가
걸어갈 방향을 표시해주니 지도 없이도 걸을 수 있어요.

간혹가다 갈림길에서 어딜가야하나 싶으면...
사람들이 주변의 돌을 주워 화살표를 만들어 놨답니다. :)


출발지는 항상 '생쟁'이에요?
아니에요. 걸으면서 만난 친구들은 네덜란드에서, 뮌헨에서,
심지어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왔어요.
자, 이 지도를 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거예요.


지도가 그닥 좋지는 않지만, 제가 출발한 '생쟁'과(오른쪽 빨간 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왼쪽 빨간 점)를 표시했어요.
핏줄같은 선들은 그 두 라인만 연결된게 아니고 전 유럽에서부터 뻗어져 있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부터 출발한 사람들도 많고,
저처럼 중간지역부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위에 표시된 중간중간 점들이 있는 도시 아무곳에서나 등록하신 후 출발 하실 수 있어요!)

친구들은 제게 "넌 한국에서 왔으니 가장 먼 곳에서 산티아고로 가는구나!"라고
하기도 했어요. (물론, 제가 한국에서부터 걸어온건 아니지만...-_- )


크레덴시알(순례자용 여권)
순례자용 숙소인 알베르게('숙소'란 뜻)에서
머물려면요.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여권과 같은
크레덴시알은 반드시 필요해요.
[왼쪽 사진] 제 꺼에요~

크레덴시알의 발급은 아주 작은 마을에서는
하지 않으니 미리미리 발급가능한 곳을 알아보고
(보통 중간정도 도시 이상에서는 모두 가능) 시작하는 게 좋아요.

일정이상 걸으면 순례길을 걸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데, 100km이상을 걸어야 나와요.
(크레덴시알과는 다른 것)

그래서 딱 100km지점에서부터 순례자들이 바글바글해지고, 알베르게는 일찍가지 않으면 숙소를 구할 수 없게 되기도 하지요.

항상 걸을 때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지나쳐만 갔지(제 걸음이 느려서)
제가 지나친 적은 없었는데 100km부터는 처음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제가 프로페셔널 워커가 되더라구요. 하하

제가 볼 때마다 뿌듯해 하는 제 크레덴시알의 안쪽입니다~ :)

이걸 보면 걸을 때 제 느낌과 만났던 사람들 생각이 나서 코가 시큰시큰해져 온답니다.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항상 좀 두꺼운 예쁜 비닐에 싸서 다녔어요. :)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교회나 알베르게 또는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등록을 하면 크레덴시알이 그 자리에서 발급됩니다.
그리고, 위의 도장들은 알베르게에서 찍어주는 거에요.


뭐가 필요하나요?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그러지 않으면 신이 나타나 당신에게 '자만의 벌'을 내립니다. 하하.
뭐, 능력이 된다면 무거운 가방도 상관없어요. 20kg를 메고 완주한 애도 봤는걸요!

- 가방 : 되도록 작은 것으로 무게를 분산시켜주는 비싼 가방(좋은)이 좋다.
            나중에 몸 안 버리려면. -_-
- 신발 : 등산화가 좀 무겁긴 하지만 등산화를 많이 신어요. 전 조깅화였는데 가볍긴 했지만,
            튼튼한 등산화가 종종 부러울 때가 있었어요. 바닥 밑창이 두꺼운게 좋은 듯.
- 햇빛차단용품 :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 서바이벌용품 : 물통(전 650ml짜리 물통을 갖고 다녔는데 외국애들은 기본이
                        1.5l+0.5l+알파), 간식(주로 복숭아를 많이 사요), 
                        식량(외국애들은 식량까지! 전 간단하게...)
- 기타 : 옷은 걸을 때 옷(긴바지가 좋아요, 벌레와 햇빛을 차단시켜주니까+티는 빨기쉬운 거)
            위의 옷은 편한 옷이면 상관없는데, 햇빛 때문에 팔 동강 안나려면 
            얇은 긴팔이 좋아요~
            알베르게에서 입을 옷과 여분의 옷 1벌 정도?, 속옷 2개, 손수건, 
            등산용 양말(두꺼운거) 2개. 지팡이 필수(다리보호 차원. 등산용품도 있지만,
            길에서 많이 팔아요. 나무를 주워쓰기도 하고), 알람, 카메라, 
            세면용품(최소화!), 침낭필수!(벌레!), 귀마개(코 장난아니게 골아요~ 모두~)
            데오도란트, 풋스프레이(발냄새 제거, 유럽에 많이 팔아요),
            풋크림(힘든 발을 위해), 우비 또는 우산
- 한국에서 가져오면 좋은 것 : 파스!!!!! 멘소레담류의 것들. -_-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 흉안지는 약, 밴드


산간오지에서 걷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마을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필요한 간식이나 세제, 필요한 것들은 조달가능해요~

다시 강조하지만, 몸에 무리가 가지않게 가방의 무게를 줄이는게 가장 중요해요.

물은, 사서먹지 않고(걸어보면 아실거에요.-_-) 물통에 계속 받아(fill up) 마시게 될거에요.
식수대가 잘 갖춰져 있어요. 하지만, 항상 물이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해요~ 

벌레주의
이런 말하면 심각하게 안가는 걸 고려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알베르게 중 어떤 곳은 벌레들이 장난아니게 많아요. -_- 벌레에 잘 물리는 저는 걷는게 힘든게 아니라 밤마다 오늘은 몇군데 물릴까 하는 공포속에 자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ㅠ_ㅠ
벼룩, 이, 진드기, 기타 무는 여러 가지 벌레들이 종류별로 포진해 있답니다. -.-
'Estella'부터 벌레가 나오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많이 없는 숙소를 간다던가, 미리 벌레물림 방지 스프레이나 로션을 바르고, 침낭을 깔고 덮고 자는것도 중요해요!


하루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전 아침잠이 많아서 9시에 자서 일찍일어나면 6시 반에 일어났는데...-_-;;;
(8시 반에도 일어나 봤음. -_-) 보통 사람들은 9-10시에 자서 5시~5시 반쯤 일어나
준비하고 해뜰 때(화살표가 보여야 함으로) 6시쯤 나가요.

그런 뒤 12~1시까지 걷고, 알베르게에 도착.
샤워하고, 빨래하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죠.
(전 걸음도 느린데다 늦게 출발하니 종종 제일 더운 2~4시까지 걸어야했어요. -_-;)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뽀송뽀송 말려진 빨래를 개고, 저녁을 먹고,
사람들과 얘기하거나 책을 보거나
개인시간을 가진 뒤에 취침. 아주 간단한 하루에요. :)

걸으면 뭐가 좋아요?
뭐, 저는 가슴이 답답해서 생각 좀 하려고 걸었는데, 너무 만만하게 보진 마세요.
커다란 산도 몇 개가 있고, 장대같은 비를 맞으며 걸을 때도 있어요.
돌길도 정말 걷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고민을 들었고....마음도 맑아졌어요.
걷는 사람들 중엔 정말 신을 만난 사람들도 있구요. ^^

언젠가 걷고 싶을 때 걸어보세요. 걷길 잘했다고 분명히 생각할테니.

[ 산티아고=야고보=제이콥] 모자의 조개는 순례자를 상징해요~

읽어보면 좋을 책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 전 이 책을 좋아해서 가져갔는데, 눈물났어요. ㅠ_ㅠ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 산티아고까지 걸은 코엘료가 쓴 책. 한국에 나와서 좋아요!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베르나르 올리비에(효형출판)
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베르나르 올리비에(효형출판)

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베르나르 올리비에(효형출판)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1 김남희(미래M&B) 국내 도보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2 산티아고 도보여행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3 중국-라오스-미얀마

[위의 사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운데 산티아고 상이 있어요~ :)

2006. 12. 4(2009.12.3 업데이트)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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