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첫 여행을 떠나면서
"이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될거야."
그렇게 다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막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또 언제 여행을 나올 수 있겠어...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비장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웃음이 나지만...
요즘은,
여행을 가면 뭔가 남겨두는 버릇이 생겼다.
"다음에 오면 이걸 해야지."
몇 해 전 세계여행 때 이스탄불을 떠나며
다음에 이스탄불에 오면
모스크에서 퍼져나오는 예배소리, 아잔을 들으며
차이 한잔과 함께
해지는 블루모스크를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또 언제가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에 이루어졌다.
1년이 조금 못되었으니까.
따끈한 차이한잔과 라이스 푸딩.
딸랑딸랑 젓는 찻숟가락의 가벼운 움직임,
점점 녹아드는 설탕 알갱이들의 마술.
아련히 들리는 아잔은 내 마음을 울리고...
노을지는 블루모스크의 모습은
내가 기다리던 시간.
이렇게 빨리 올 줄 언제 알았겠어.
그렇게 내 앞의 시간은 알 수 없다.
난 그래서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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