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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연재] 순례자의 길

[순례자의 길21] 열아홉번째 날, 세상과 영혼


이 글은 열 아홉번째 날의 이야기지만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온 세상을 얻고 영혼을 잃는다면 도대체 어떤 이득이 있을까?"


마태복음 16장 26절
For what will it profit a man, if he gains the whole world and forfeits his life?
Or what shall a man give in return for his life?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

.

.
.
온 세상을 얻어서 뭐하려구...=_=
그저 좋은 사람들과 소박하게 사는 것이 좋아.
 

두고운 지팡이
어째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나 했다. =_=
지팡이를 두고 와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결국 보통 때 출발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출발했다.

한번 헤어진 연인은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아야하는 것처럼
산티아고의 여정도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래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념으로 이름을 적어둔 지팡이를 두고갈 순 없었다. -_-;;

[위의 사진] 순례자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마련해 놓은 무인 간이 레스토랑(?)
커피와 차, 쿠키, 빵 등을 핑크색과 오렌지색 망사 커버로 덮어뒀다.

[위의 사진] 계산은 도네이션으로. :)

열 아홉 번째 날, 사하군(Sahagun) 24km

7시 30분 출발, 1시 20분 도착.
5시간 50분 소요.


어제에 이어 편안한 평지 길이 이어진 덕분에
몸이 익어 버리는 뜨거운 시간 전에 도착했다.

사하군에 도착하니 곳곳에서
[왼쪽 사진]처럼 멋진 둥지를 지은 학(?)이 보인다.
이곳 주변부터는 유달리 많이 보이는데....
둥지를 없애지 않고 성당과 공존하고 있는 걸 보니
학과 둥지는 길조임에 분명하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공식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점심시간이라 사람을 받지 않는다.

미리 짐을 침대에 놓아도 되는 분위기여서
짐을 두고 시에스타가 시작되기 전에 슈퍼마켓에 갔다.

어제 남은 반찬이 있어 복숭아 3개와 빵, 세제를 샀다.

[위의사진]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주방과 인터넷 있음. 4유로

작은 마을을 둘러보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더니
내 침대 맞은 편의 아주머니가 다리에 투명한 액체를 바르고 있다.
이걸 바르면 다리의 통증이 완화된다길래 조금 얻어 발라보니 알콜이다.
알콜이 날아가며 다리가 시원해져서 그런가보다. 파스와 비슷한 느낌.

약국에 가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1~2유로?)
대신 병이 커서 혼자서 쓰고 짐에 넣고 다니긴 부담스럽겠다.
한번 테스트해봤으니 뭐... 스페인어로는 Alcohol de Romero(알코홀 데 로메로)

[위의 사진] 오래된 성당을 알베르게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데
2층 침대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마치 벌집같았다.
알베르게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 중 하나.

알베르게 내부의 사진을 찍으러 2층 침대에 올라갔는데,
우아! 정말이지 이날 밤이 되면
사람들의 코골이 오케스트라 걸작이 제대로 나올 것 같았다.

탁 트여진 공간에, 100여개의 침대.
그리고 에코가 잘 되는 성당의 높은 천장이라니....
상상만해도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

동영상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픈 생각이 들어
사람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는데
그날 밤, 나도 모르게 세상모르고 자 버리는 바람에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_-;


 [위의 사진] 하늘색 문과 문 아래쪽 도화지의 핑크색 그림,
 그 안엔 노란색의 화살표가 알듯말듯 숨겨져 있다.


화살표는 웃으며 오른쪽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2008. 8. 12(2010.3.15 업데이트)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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