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할 일이 없어 이스파한의 호텔 리셉션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배낭을 멘 수염이 더부룩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표정한 동양인, 한눈에 보기에도 일본 사람이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영어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곳에 묵으시려고요?”,
“가격을 물어보려고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인가요?”,
“아뇨, 저도 손님이에요. 여긴 도미토리가 3만5000리알이고요, 싱글룸은 7만리알이에요.
아침식사는 깔끔하게 잘 나오는데 1만리알을 내야 해요.
이 호텔 주변 몇 곳에 가봤는데 여기가 제일 좋아요. 이곳에 묵으실래요?”,
“아… 네.”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리셉션 옆의 의자에 앉으며 큰 숨을 내쉰다. 가방이 무거웠나 보다.
그리고, 데스크에 팔을 짚는데…. 세상에나! 팔에 털이 정말 많이도 나 있다.
“와, 당신은 정말 털이 많군요. +.+
이렇게 털이 많은 동양인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모기에 물리지도 않겠어요!”
이 말을 듣자 그는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 얼떨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입을 열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저녁 팔이 가려운 거예요.
그래서 보니까 모기가 물려고 팔에 앉았다가 발을 헛디뎠는지 털 속에 갇혀 헤매고 있었죠.
당신 말이 맞아요. 난 모기방지 털(Anti Mosquito hairs)을 가지고 있어요.”
재미있는 사람이다.
“당신은 정말 행운아군요. 모기가 물 수 없다니.
전 모기와 벌레에 잘 물려서 항상 두려움에 떨죠. 당신이 부러워요.”
“당신은 정말 행운아군요. 모기가 물 수 없다니.
전 모기와 벌레에 잘 물려서 항상 두려움에 떨죠. 당신이 부러워요.”
이때 호텔 직원이 나타났고 우리의 대화는 그쯤에서 끝이 났다.
잠시 뒤, 정원에서 고양이와 손장난을 치고 있는데 아까 그 일본인이 나타났다.
“저는 구즈라고 합니다. 일본사람이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란을 두 번째 여행 중이라는 그와 함께 근처의 모스크를 보러갔다.
잠시 뒤, 정원에서 고양이와 손장난을 치고 있는데 아까 그 일본인이 나타났다.
“저는 구즈라고 합니다. 일본사람이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란을 두 번째 여행 중이라는 그와 함께 근처의 모스크를 보러갔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여행이 너무 좋아 고등학교 때 장기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직업이 뭘까 골똘히 고민했었죠. 결론은 선원이었어요.
그래서 대학교도 그와 관련된 학과로 갔죠. 지금도 이렇게 3개월씩 여행할 수 있는 건 다 제 직업 덕분이에요.
나는 사람들이 많이 여행을 떠나고 비행기 값이 비싸지는 성수기에는 여행하지 않아요.
여행지에 관광객이 너무 많은 건 싫거든요.”
모스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중간에 물담배 가게가 보이자 물담배를 피워 보았냐고 묻는다.
몇 년 전 이집트에서 피워 본 적이 있다고 했더니 이란 것도 맛보란다.
물담배보다 그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 자리를 잡았다.
몇 년 전 이집트에서 피워 본 적이 있다고 했더니 이란 것도 맛보란다.
물담배보다 그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 자리를 잡았다.
물이 든 유리병 위에 그가 주문한 바닐라 향 담배를 얹고 불을 피운 숯을 올렸다.
물담배용 담배는 마른 담배 잎과는 달리 끈적끈적한 액체와 함께 짓이겨져 있다.
복숭아·딸기·꿀과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든 이 액채로 인해 담배 맛과 냄새도 달콤하다.
또, 유리병에 담긴 물은 일반적인 인공 필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필터 역할을 해낸다.
파이프에 입을 대고 숨을 들이쉬면 부드럽게 달콤한 맛이 전해져 오는데,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도 무리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다. 매우 순하기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만,
순한 만큼 더 많이 더 오래 피우기에 폐에 해롭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담배용 담배는 마른 담배 잎과는 달리 끈적끈적한 액체와 함께 짓이겨져 있다.
복숭아·딸기·꿀과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든 이 액채로 인해 담배 맛과 냄새도 달콤하다.
또, 유리병에 담긴 물은 일반적인 인공 필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필터 역할을 해낸다.
파이프에 입을 대고 숨을 들이쉬면 부드럽게 달콤한 맛이 전해져 오는데,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도 무리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다. 매우 순하기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만,
순한 만큼 더 많이 더 오래 피우기에 폐에 해롭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전 물담배 애호가라 집에 물담배가 5개 정도 있죠.
여행갈 때마다 담배도 사는데 30가지 정도 모아 놓았어요. 이란 카페트도 3개 정도 있죠.”
여행갈 때마다 담배도 사는데 30가지 정도 모아 놓았어요. 이란 카페트도 3개 정도 있죠.”
그는 여행광인 동시에 수집광이었다. 교토의 집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아온 진귀한 물건들이 있는데
얘기만 들어봐도 작은 박물관 규모는 될 듯싶다.
페르세 폴리스가 있는 쉬라즈를 함께 여행한 후 그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필자는 인도로 떠나며 아쉽게 헤어졌다.
이메일을 교환할 때마다 교토는 벚꽃이 피는 봄이 가장 예쁘다며 놀러오라고 했지만,
봄은 내가 가장 바쁜 때라 번번히 가지 못했다.
한번은 어느 겨울 날, 홋카이도의 얼음축제를 구경하러 가는 중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광활한 눈밭에 노란색 1인용 텐트와 오토바이만 달랑 있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낮에는 눈밭을 오토바이로 달려 이동하고 세상이 꽁꽁 어는 밤에는 그런 텐트에서 자고 있다는 말이었다.
여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여행 마니아들을 만난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런 모험가형 여행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구즈는 한창 휴가 시즌인 요즘에는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휴가의 열기가 한풀 꺾인 어느 날,
그의 방랑벽을 달래줄 오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늘도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이스파한(Esfahan·Isfahan)
이스파한은 압바스 1세의 천도 이후 1598년부터 아프간족의 침략이 있었던 1722년까지 페르
시아의 수도였던 곳이다. 이스파한의 심장은 이맘 광장으로 광장 주변은 알리 카푸 궁전과 모스크, 바자르로 둘러싸여 있다. 초기의 광장은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이스파한 주민들의 산책 및 소풍 장소로 애용된다. 이스파한을 흐르는 자얀데 강에는 11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에 33개의 아치가 있는 시오세 폴(si-o-se pol)은 밤이면 사람들이 모여 차와 물 담배를 즐기는 운치 있는 카페로 바뀐다. 17세기에 건설된 허주 폴(khajou pol)은 다리 양쪽 끝에 위치한 사자상의 미스터리로 유명하다.
여행정보
이란 항공이 테헤란까지 직항을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8시간∼9시간 20분. 1∼2회 경유하는 다른 항공사도 있으나 이란 항공보다 더 오래 걸리고 비싸다. 한국에서 이란 비자를 받으려면 초청장이 필요한데 이란 항공을 이용하면 항공사에서 초청장을 대신 발급해 준다. 테헤란에서 이스파한까지는 항공으로는 1시간, 버스와 기차로는 각각 6시간이 소요된다. 이란 내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달러 현금을 가져가 리알(Rial, 1000리알은 약 110원)로 환전해야 한다. 사설 환전소의 환율이 은행보다 좋다. 저렴한 호텔의 싱글룸은 7만∼10만리알, 서민식당은 2만∼5만리알이다. 인터넷은 한 시간에 8000리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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