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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내가 본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2-지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지슬

 

제주도와 관련된 영화가 개봉했다해서 보고 싶었는데

하루하루 미루는 동안에 제주도에서는 영화상영이 끝나서

서울 올라갔을 때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제주도 4.3 사건이 일어났을 때

토벌대에 의해 무고하게 학살당한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먼저 영화 제목인 '지슬'이 무엇일까 궁금할텐데요,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를 뜻합니다.

 

 

토벌 군인에게 칼에 찔리고 불타 죽는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는 아들과 가족을 생각하며 감자를 품고 죽습니다.

 

어머니를 찾아나선 아들이 집을 찾았을 때는 어머니는 이미 불에타 돌아가신 상태였지요.

어머니의 시신을 들었을 때 품에서 우두두 떨어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 품에서 익은 감자였네요.

 


감자는 무고한 제주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던 때에

총탄을 피해 산으로 숨어 들어간 사람들의 식량역할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감자도 동굴 속 사람들의 소중한 식량이 되었지요.

 

4.3 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의 진압과정에서

1947년 3월 1일~1954년 9월 21일 동안 무고한 제주도민 3만여명을 학살한 사건입니다.

궁금한 마음에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한글파일로 진상조사 보고서를 다운받을 수 있었어요.

 

*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다운받는 곳(HWP) *

 

사건 개요와 과정, 벌어난 일들을 여러사람들의 증언과 함께 정리해놓았는데

정말 어이가 없고 황당하며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잔인하네요.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한이 느껴집니다.

 

살해당한 사람들은 남자들이 거의 80%이며

10세 이하 아이들이 5.5%, 61세 이상이 5.8%나 됩니다.

 

서너살 되는 아이들 다리를 잡고 바위에 패대기쳐

머리가 깨져 죽게 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울컥했네요.

정말 인간이 할 짓인지....

 

시작은 남로당의 무장봉기였지만...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빨갱이를 지원해주고

또는 빨갱이라는 가정하에 *초토화 작전*으로 마을을 불지르고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입니다.

이러한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깊은 산속으로 동굴속으로 도망가 숨지만

많은 주민들이 토벌대에 의해 발각되어 집단 학살당하는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동굴속에 숨어 감자를 나눠먹는 사람들

 

반면에 군인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어떤 군인은 빨갱이를 단 한명도 죽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발가벗겨져 혹한 추위 속에 세워집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계급높은 군인은 마약주사를 맞고

여자들을 강간하며 마을 주민들을 잔인하게 살육합니다.

 

보는 동안에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이것은 영화를 위한 설정인가 했는데...

진상조사 보고서를 보니..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경악했네요.

 

아래는 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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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악명이 높아 탁성록과 관련한 증언은 많은데, 그 대부분은 ‘비위에 거슬리면 빨갱이라고 몰아 죽였다’거나 ‘여러 여성을 겁탈했다’는 내용이다. 최길두는 “탁성록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예쁜 여자들만 여러번 바꿔가며 살았는데 나중에 제주를 떠나게 되자 동거하던 여인을 사라봉에서 죽이고 갔다. 그는 사형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탁성록은 놀랍게도 마약 중독자였다. 하두용(河斗瑢)은 이렇게 증언했다.

탁성록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와 소위 아편주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마약은 함부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라 약재과장을 불러와 결재를 받고 주사를 놔 주었습니다. 그는 팔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아편쟁이였어요. 안정숙 간호원이 팔뚝에 주사하려 해도 주사 바늘이 들어가지 않자 겨드랑이 밑에 꽂으라고 하더군요. 그는 재임기간 내내 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3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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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 내 총에 죽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라.

 

순덕이를 쏘지 못했던 군인.

 

결국 순덕이는 붙잡혀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이를 지켜보며... 총을 쏘지 못했던 군인은 그래도, 그래도, 사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군인은 그녀에게 감자를 주기 위해 들어갔다 자신이 들고간 총에 맞아 죽고,

순덕이는 자신을 강간한 군인이 쏜 총탄에 머리가 뚫려 죽습니다.

 

순덕이는 빨갱이어서 강간당하고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은 것일까요?

 

그러나.....

동굴 속에 숨어 지내던 사람들도 무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운좋게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피난갔던 사람들도,

만삭의 배로 동굴을 빠져나올 수 없어 동굴 속에 남은 아이 엄마도..

모두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학살당하고 맙니다.

 

영화는 그들의 원통한 넋을 어루만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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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로 인해 4.3 진상조사 파일을 읽을 수 있었네요.

읽는내내 사실인가,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가 싶었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갓난 아이를 살리겠다며 총탄에 맞으면서도 담요에 둘러 싸 대나무 밭으로 던져

극적으로 살게된 아이.... 그러나 평생 불구로 살다 결국 판잡집에 화재가 나 비극적으로 돌아가셨다고...

과연 고통당한 1/100이라도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위로를 받았던가.... 착잡해집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 속에 각인합니다.

 

잘못된 과거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잘못을 반복해서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역사는 정말 수학 영어보다 더 중요한데 선택과목으로 취급하는 건 정말 어이가 없다능.-_-)

이렇게 영화를 통해 보며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희생당한 분들을 추모하고 바른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노력해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3.1절을 삼쩜일이라 말했다는데.. 통탄할 일입니다.

4.3도 사쩜일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구요.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서울은 인디스페이스(광화문역 근처)에서 상영중입니다.

저도 거기에서 봤네요.

 

* 지슬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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