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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내가 본 영화

[비포미드나잇] 운명적인 사랑의 그들은 지금.

 

저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줄리델피와 이단호크 주연의 비포 선 라이즈, 비포 선 셋 매니아 인 것을 아실 거에요.

 

관련해 두 영화를 촬영한 스팟들을 여러해에 걸쳐 찾아내기도 했었고..

글도 상세하게 올려서 마니아분들이 좋아하시기도 했었죠.

 

[오스트리아, 빈] 비포 선라이즈 따라잡기

 

 

1995년작으로 이단호크와 줄리델피가 학생으로 나오죠~ :)


이들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게 됩니다.

배낭여행 중이던 이단호크의 꼬심(?)으로 줄리델피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리면서 시작합니다.

이 둘은 다음날 해 뜰때까지 시간을 보내고

1년 뒤 만나기로 하면서 영화는 끝이나지요.

 

당시 배낭여행자들의 로망을 충실히 실현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능. :)

그리고 9년 뒤, 2편이 나옵니다.

이단호크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써서 프랑스판이 나오고..

파리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때 줄리델피가 찾아옵니다.


2004년 이단호크는 작가로 성공하고,

줄리델피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지요.

 

역시 영화에 나온 스팟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글을 썼었지요. :)

 

[프랑스, 파리] 영화, 비포선셋 따라잡기


 

그리고 다시 9년이 지난.. 2013년.

저만큼 늙어버린 두 주인공이 다시 등장합니다. ㅠㅠ

 

저와 함께 세월을 보낸 주인공들...
오랜 친구를 만난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관을 찾았네요.

 

영화개봉관이 별로 없어 시내나가서 보고 왔네요.
아트선재에서 봤는데 스크린이 너무 작고 실내 공기가 안좋아 계속 기침..=_=
 

 

이번에는 그리스가 배경...

 

자신에 대한 사랑의 노래, 'Little Waltz' 를 들은 제시(이단 호크)는

과연 그날 해지기 전 비행기를 탔을까요...? 에 대한 궁금증이 풀립니다.

 

ㅋㅋ 물론 엔딩 크레딧을 보며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한 분들은 9년을 고민했을지도 몰라요. -.-

 

그렇습니다.

 

제시는 셀린느에게 푹 빠져 공항에 가지 않았대요.

이들은 밤새 사랑을 나누었는데.... 한방에 임신을 해서 -.-

그것도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임신해서 같이 살게 되었네요.

 

뒷자리에서 쿨쿨자는 쌍둥이들

 

그러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제시는 기혼남이었고,

아들이 하나 있었고... 아내와는 사이가 좋지않아 별거 중이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불륜인 것이죠. -_-


영화에서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부적절한 관계로 이혼했으니 양육권은 아내에게,

그러면서 파리에서 셀린느와 쌍둥이 여자아이 둘과 살며 계속 소설가로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방학때나 휴일에 와서 시간을 보내는데 영화 시작 때는 휴가를 함께 지내다 미국으로 마중가는 장면으로 시작.

 

진짜 몇 년만에 그리스 공항 봐서 반가웠네요. ㅠㅠ

 

소설가 가족은 초대를 받아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리브 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그리스

 

그리스 정말 좋은데... 사람들이 많이 안가서 저는 너무 아쉽..

제가 쓴 프렌즈 유럽에도 그리스가 들어갔다가 나중에 빠졌다죠. ㅠㅠ

그래서 제 사이트에 그리스 여행 정보들을 정리해서 시리즈로 올렸었죠.


<<<< 그리스특집 전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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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특집-1] 그리스 여행시 유용한 팁!
[그리스특집-2] 재미있게 알아보는 그리스의 신들
[그리스특집-3] 아크로폴리스와 고대 아고라
[그리스특집-4] 아테네 하이라이트
[그리스특집-5] 아테네에서 쇼핑하기
[그리스특집-6] 그리스의 추천음식
[그리스특집-7] 아폴론의 신탁, 델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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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특집-9] 그리스 신화의 시작, 크레타
[그리스특집-10] 연인이 필요한 섬, 산토리니
[그리스특집-11] 펠리컨과 미코노스

 

여튼 영화에서 7살(?)로 나온 쌍둥이들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만찬을 즐기며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 분이 이런 말을 해요.

 

"We appear and we disappear,
and we're important to some, but we're just passing through."

우리는 잠시 왔다가 사라지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지만... (언젠간) 결국 지나가버려요.

 

사별한 남편을 생각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기억들까지 점점 희미해져 갈 때

남편을 두 번 보내는 것 같다며.... 모두 왔다가 아웅다웅 살지만..

결국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 왔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을 떼.어.놓.고

선물받은 호텔에서의 하룻반을 위해 걸어가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죠.

 

셀린느는 훌쩍 늙어버린 얼굴을 보여주며...

지금도 기차안에서 자신을 만나면 말을 걸 거냐고...

 

홍보용 사진에는 다 수정해서 잘 안보이는데...
셀린느는 정말 주름이 자글자글... (69년생)

아이를 낳아 엉덩이는 유럽의 아줌마들처럼 풍선같아 졌어요. ㅠㅠ

비포 선 셋에서는 이단 호크가 확 늙더니.. 이번에는 줄리델피가 확 늙었다능..ㅠㅠ

 

하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young 한 모습의 아내나 남편을 원한다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이죠.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물론 자신도 자신이 사랑한 남자가 사실은 머리 텅텅 빈 백치미의 블론드 여자를 좋아할 줄 몰랐고

한번도 면도를 해서 단정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남자라며 불평을 하고

제시는 제발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라 말합니다.

 

아름다운 노을보기

 

노을 역시... Still there, Still there, Still there... 그러다 gone.

 

로맨틱한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셀린느가 아들에게 전화가 왔을 때

바꿔주지 않고 끊으면서(두번이나!) 말다툼이 시작됩니다.

 

우리네 부부싸움처럼 어떤 사건으로 시작된 말싸움은

점점 커지고 커져 과거에 있었던 상대편의 잘못과 서운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끄집어지고... 그리고 이제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겠어. 하면서 셀린느가 방을 나가죠.

 

제시는 소설가답게 80세 무렵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라며

셀린느에게 화해의 손을 내밉니다.

 

셀린느 또한 마음을 풀면서 영화는 끝이나죠.

 

이번 영화에서는 오스트리아 빈이나, 프랑스 파리처럼

낭만적인 스팟들을 취재할만큼 등장하지는 않네요.

 

이전 영화 두 편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아름다운 도시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장소들을 소개하는 재미도 쏠쏠했거든요.

 

물론 그리스는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애엄마아빠라 행동반경이 줄어들어 그런것인지..ㅠㅠ

장소보다는 끝이없는 서로의 수다에 더 집중합니다.

 

저는 사실 지난 9년동안 이들이 너무 궁금했지요.

이들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더라도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으니까요.

 

여행지에서의 원나잇 뒤 9년이 지난 어느날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들은 과연 어떻게 사랑을 이어가고 있을까.

 

이는 결혼이라는 삶이 제가 과거에 상상했던 것처럼 행복하지 않기에,

이들을 통해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컸었는데...

영화를 보니.... *나도 답이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 라고 말하고 있네요. -_-;;;;

 

 영화 중에 서로 싸우면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셀린느가 말하죠.

 

"당신이 미국에서 그 잘난 북 투어를 하러 다니고 있을 때

나는 쌍둥이 여자애 둘을 재우기 위해 밤 늦은 시간 노상 강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쌍둥이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계속 돌아다녀야했어.

 

당신은 그때 뭐하고 있었지? 그나마 35세 이상의 길거리 강간율은 낮아서 다행이지.."

 

이런식...-_-;;

 

상황은 다르더라도(저는 애 재우러 유모차 끌고 나간적은 없지만..=_=)
 제가 신랑과 싸울 때 멘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억울함을 내세우며 분노의 말들을 주고 남편은 반박을 하고

결국 무엇인가 매듭지어지는 것은 없고

언젠가 싸우게 되면 또 똑같은 말들이 나오게 되겠지요.

 

답은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페미니스트인 셀린느는 남편이 좋아하는 백치여자 말하기 놀이를 하며

화해가 성립됩니다.

 

백치여자 말하기 놀이라니...ㅠㅠ


난 못하겠네. -_-


영화를 그리스에서 찍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문명의 시작 후에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국 passing through 하는 존재라는 것..


문명도 그랬고 우리도, 우리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아웅다웅해도 결국 한줌의 먼지이며 결국 passing through..

희미해져가다 결국 잊혀지겠지요.

 

과연... 이런 득도의 경지에 이른 남편이나 아내는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_-

 

궁금해집니다.

 


비포 선라이즈(1995), 설레이는 셀린느와 제시


69년생 줄리델피 26살, 70년생 25살. 이었죠. 풋풋했던 이들..........
세월은 흘러갑니다. 저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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