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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사진이야기

[그리스, 산토리니] 아시아 인어의 꿈


<그리스, 산토리니, 화산섬 투어>
바다로 점핑을 준비중인 사람들~ 다들 신호만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저... 배가 온천 근처까지 가지않는 건가요? -_-;"

사람들은 잔뜩 흥분해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었고
난 뜨끈한 온천욕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는 유황온천이 솟는 해안근처에 가지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배를 멈추는 거다.

뭐지? -_-;

"저쪽은 수심이 얕아서 우리 배를 댈 수 없어요."

"그래도, 저쪽 배는 근처까지 갔잖아요.ㅠ_ㅠ"


<그리스, 산토리니, 화산섬 투어>
'여기'라고 표시한 곳이 온천. 모두 수영해서 온천하러 갔다. ㅠ_ㅠ

사람들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죽을까봐 용기가 안난다. ㅠ_ㅠ

베트남 나짱에서도 배 옆에 붙은 타이어를 타고 내려가다
데롱데롱 매달리다 결국 어중간한 점프를 시도하다 정말 무서웠단 말이다. ㅠ_ㅠ

"나 수영할 줄 아는데...ㅠ_ㅠ"

100번은 뻥이고, 50번은 말했던 것 같다.

.
.
.

다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럼, 안전자켓이나 튜브 있어요? ㅠ_ㅠ"

"수영을 할 줄 알아요?"

"네, 하지만... 깊은 물은 무서워서 못해요. ㅠ_ㅠ"

그는 밧줄을 감던 일을 멈추고 잠시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내 눈을 지긋이 쳐다봤다.

"얕은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면
깊은 물에서도 수영할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은 수영할 수 있어요."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97년 이집트 다합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후,
태국의 섬에서 스노클링 투어를 할 때 배에서 마구 뛰어드는 외국 여행자들을 부러워 한 후
내 기필코 수영을 배우리라, 그리고 배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반드시 비키니를 입고)
멋찐 아시아의 인어가 되리라 다짐을 한지가 벌써 10년이다. -_-;

물론, 수영은 아주 조금씩 늘고 있지만...
중시간(? -_-)이상 수영하지도 못하고,  배에서 멋들어지게 점프하지도 못한다.

눈 앞에 온천을 두고, 또 이런 자격지심에 시달리게 되다니...
10년동안 별 성과가 없는 내가 점점 미워지고 있었다. ㅠ_ㅠ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풀이죽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지만,
그의 말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다.

"얕은 물에서 수영을 할 줄 안다면,
깊은 물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맞아, 난 수영을 할 줄 알아. -_-m


신기하게도 씻은듯이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래, 난 수영을 할 줄 안단 말이다.
수영을 말이다!

"흠. 수영을 해야겠어."

배 옆에 세워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물은 깊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배 위에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였다면,
온천까지 다녀왔을테다. (정말이다. -_-)

배에서 일하는 다른 아저씨는
내가 물에 빠져 죽을까봐 배 근처에만 있으라고 당부했지만...-_-;;;

여튼, 난 깊은 물에서 수영했다.

<그리스, 산토리니, 화산섬 투어>
나도 다음엔 꼭 저렇게...

언젠간 배에서 점프해서 바다로 뛰어드는
아시아의 인어가 되는 꿈은 여전히 갖고 있다.

물론, 비키니를 입고서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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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려움을 없애 준 그에게 감사해.
난 아주 천천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때가 있다.
단지 내 마음이 문제였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