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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사진이야기

[태국, 꼬따오] 아름다움은...



세번째인지, 네번째인지 꼬따오에 갔다.

거북이 모양을 닮아 거북이섬이라 이름지어진 꼬(섬) 따오(거북이).
내게 스노클링의 묘미와 수영에 대한 열의를 갖게해 준 곳이다.

우기가 아닌 건기 시즌에 가서 잔뜩 기대를 했는데,
(보통은 동남아의 해변은 건기 시즌이 더 아름답다.)
배를 타자마자 승무원이 비닐봉지를 나눠주는 모습에 순간 긴장했다.

"왜 주는 거야?" 하고 키득키득 웃었지만,
승무원들이 저러는 건 심상치 않은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우려대로 파도는 무척이나 높았고,
(따오는 우기시즌이 더 아름답고, 파도도 더 잔잔하다. -_-)
한사람 두사람 사색이 된 얼굴로 화장실이 있는 배 밖으로 비닐봉지를 들고 나갔다.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멀미를 견뎌내려 했지만,
잠시 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비닐봉지를 들고 배 밖으로 나갔더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_-;

승무원 아저씨는 익숙한 몸짓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안심시키려는 듯 잡고
저 쪽 먼 곳을 보라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이후로 토한 기억이 없는 내가
꾸역거리며 토했다.

빠르게 달리는 배 뒷편으로 흩날리던 바닷물은
몸을 배 밖으로 내밀고 토한 덕분에
순식간에 머리카락과 몸을 적셨고
안경에 뿌려진 바닷물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한손은 배의 난간을,
다른 한손으로는 토봉지를 들고
나의 추해진 모습에 서러워하고 있는데
아까의 그 승무원 아저씨가 다시 친절히 다가왔다.

토 봉지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토했더니 눈물이 핑 돈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토봉지는 내가 버릴래요.)

"괜찮아요, 내게 줘요."

 상냥한 아저씨의 말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

토봉지를 건네니
아저씨가 휴지를 내게 건넨다.
그리고, 비닐봉지 한장을 다시 준다.

'뭐지? 난 다 토한것 같은데...-_-;;'

속이 편해져서 곧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역시 아저씨가 비닐봉지를 다시 준건 이유가 있었다.

잠시 뒤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한 다섯번은 토한 것 같다.

그렇게 꼬 따오에 갔다.
 

따오는 첫번째 갔을 때 보다, 두번째 갔을 때 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갔을 때 보다
점점 더 덜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나보다 이곳에 먼저 왔다는 미국의 한 아저씨는
십년 전에는 훨씬 더 아름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여행자들이 숨겨놓은 보석같은 여행지들이 있다.

그런 여행지들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알려져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그래서 상업화되고 아름다움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그 아름다움을 지켜낼 순 없는걸까?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시간이 가도, 그렇게 세월이 흘러
주름살이 생기고 늙어가더라도
내면의 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조금은 다른 색깔로 채워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