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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은수는 지금!

[594days] 삼일 밤, 사흘 낮 열감기

가련한 은수양


요 며칠 컴터를 켤 시간도 없었어요.
은수양이 열감기로 계속 아팠거든요.

화욜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은수양이 열이 38.3도라고...

전에도 38도 정도는 경험한 적이 있어서 어린이집에서 일찍 은수양을 데리고 병원에 갔죠.
목이 많이 부었다면서 항생제랑 해열제랑 등등을 처방받아 집에 왔는데
열이 점점 더 올라 39도. 해열제를 먹였는데 반응이 없더라구요.

전에는 해열제를 먹이면 온몸에서 땀을 내고 열이 금방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땀도 안나고 열도 안떨어지고... 특히 몸은 괜찮은데 머리만 뜨겁고..
밤새 엄마만 찾으며 막 고통스러워 하고... 졸린데 몸이 아파서 잠도 못자고 힘들고 짜증나고 그런 상태..
열은 39도 대 였구요.. 걱정이 되서 다른 해열제 2가지를 밤새 번갈아가면서 써봤는데도 마찬가지.
밥과 물은 전혀 안먹고, 우유만 200ml 정도 먹고.. 말았어요.

아침이 되자 이번엔 다른 병원을 찾았어요. 전에 가본 적이 있는 병원.
열이 안떨어진다고 하자 다른 해열제도 함께 주셨어요.
잘 먹이고 물 많이 먹으면 낫는다고... 하시는데
저는 걱정되는 마음에 어떨 때 응급실에 가야하냐고 묻자
열은 병이 아니니 열이 높다고 해서 병원을 찾기 보다는
애가 안먹고 힘들어하고 축 늘어져서 컨디션이 안좋으면 가야 한다고...

항생제랑 해열제랑 등등 또 처방받고 집에 왔는데...역시 마찬가지.
열은 머리에서 상체 전반에서 나고 낮으면 38도 후반, 높으면 39도 대...
밤에 열이 더 높았구요. 이번에는 더 괴로와해서 응급실에 가야하나 고민했어요.
무엇보다 밥은 물론이고 물조차도 안먹으니 너무 걱정되더라구요.

응급실 가도 집에서 열 내리는 방법이랑 별 차이없다는 말을 많이 봐서.. 물수건으로 닦이고 그랬는데
밤새 엄마 찾으며 울고, 너무 힘들어하더니 아침 7시가 되니 열이 40도가 넘었어요.
몸도 부들부들 떨고, 깜짝깜짝 놀라듯이 움찔 거리고...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병원으로 갔어요.

바로 집 옆이라 택시타고 가려고 했는데 신랑이 차로 출근한다고 차로 데려다줬는데
문제는 응급실이 아니라 일반 병동에 내려주고 가버렸네요...손 흔들었는데...-_-;

응급실은 큰 길 건너라길래 가려고 했는데 일반병동 접수가 15분 뒤에 시작한대서
기다렸다가 그냥 소아과에서 진료받았어요.

뭐 진단은 세 병원 다 똑같았어요.
목이 많이 붓고, 열감기. 저는 해열제가 왜 안듣는지 궁금했는데
이쪽 병원에서는 그 답을 해주더라구요.

열은 원래 3~4일 정도 나고 그 뒤에 해열제가 받기 시작한다고...
그러니 오늘 집에가서 밤새 열이 난다고 해도 당연히 나는 거려니 하라고...
경기(몸이 뻣뻣해지고 또 뭐라던데..-_-; 까먹었네)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해열제 들어간 수액 맞고 가라고 해서
수액 맞으러 갔네요.


아... 이것도 못할 짓인게... -_-
은수양이 하도 포동포동해서 혈관도 잘 안보이는데...
며칠 거의 안먹어서 혈관이 더 숨어버려서 혈관 찾기가 너무 어렵다나...

그래서 양쪽 손, 양쪽 발.. 바늘로 다 찔렀다가 혈관이 터져버려서
다섯번째만에 성공했어요.

이러는 동안 애는 울고불고.. 저랑 간호사랑 꽉 잡고..
머리는 다 땀으로 젖어서 떡되고...
저도 눈물 나더라구요.

저는 애기 낳을 때 링거 꽂는데.. 저도 혈관 안보여서 고생했었거든요.
찔렀다 빼고 찔렀다 빼고.. 진짜 아프고 스트레스 받던데.. 은수양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여튼.. 마지막으로 성공한 오른쪽 발...


근데.. 사진 올려놓고 보니 이때까지 슬펐던 상황과는 달리
돼지 발이 생각나 웃었어요..-_-;;;

땀으로 머리 떡 된 은수양


한 시간 정도 걸린대서 유모차를 밀고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유모차 멈추면 일어나려고 하거나 지겨워할까봐...
발 파닥대면 살짝 걸친(?) 링거가 뽑힌다고 그랬거든요.

저도 정신차릴 겸 커피사러 갔는데...
은수양이 링거 맞더니 좀 괜찮아졌나 소세지를 달라고..ㅋㅋ

소세지 먹는 은수양


제일 큰 거였는데 반이나 먹었어요.
평상시 같았으면 별로 신경안썼을텐데... 안먹다가 먹으니 기쁘더라구요. ㅠㅠ

반짝반짝 노래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도 구경하고...


유모차 멈췄다고 금새 울려고...ㅠㅠ


잠시 뒤에는 집에서 가져온 요구르트도 한 통 먹었구요..


수액 약빨 좋은 듯..



소세지 먹다가 애가 잠깐 잤는지 주변 사람들이
소세지 먹으며 자는 은수 보고 막 웃었어요.
사진 찍으렸는데 금방 깨버리더라구요. 진짜 웃겼는데...

이건 꾸벅꾸벅 조는 모습


졸아도 유모차 손잡이 잡고 정 자세...-.-
유모차 등받이에 누우면 편할텐데.. 1시간 넘게 저러고 있었네요.

링거 뽑으러 간 은수양


이모들 보자마자 또 우앙~ 울기 시작...

링거뽑고, 병원 나와서 약 타고... 택시타고 집에 왔네요.

수액 약빨이 좋은지 집에 오니 노래부르고 장난감 갖고 놀아서
180도 돌변한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ㅋㅋ

그리고 낮잠잤는데... 다시 열이 올라서 저녁 내내 이런 분위기 


열이 오르면 안아 달라거나 업어달라고 둘 중 하나.
그리고 잠을 자도 꼭 껴안고... 팔이나 다리를 잡고 떨어지지 않아요.
자다가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몸이 깜짝 깜짝 놀라듯 움직이고...

다시 38, 39, 40도 대로 올랐는데... 저녁에 해열제 먹이자 약빨 정말 받더라구요.
잠자면서 땀 흠뻑 흘리더니 정상체온 회복.

오늘 아침이 되자 밥을 잘 먹는 건 아니지만 조금 먹고...
저를 많이 찾기는 하지만 잘 놀고... 그랬네요.
지금은 은수양 낮잠자는 동안 글 쓰고 있어요. 하하.

의사 선생님이 애기가 이렇게 열난 적 처음이냐고 의아해하셨는데...
저는 처음 겪는 일이라 깜짝 놀랐네요. -_-

자료를 찾아보니... 몸에 들어온 나쁜 바이러스를 몸이 죽이기 위해(바이러스는 고열에 죽는다고)
스스로 몸에 열을 올려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열이 40도씩 나는 거라고...
두번째 의사 선생님 말 대로 '열'이 병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병이니까
열이 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인 것이죠.

3~4일 정도 고열로 바이러스가 죽으면 자연히 열이 내리며(해열제도 먹히는 상태) 정상이 되는 것인데
열이 나는 도중에 해열제를 먹여 강제로 열을 내리려 하는 것은
바이러스를 더 오래 살려두는 결과(즉 병이 더 오래가게)를 가져오게 한다는 말이죠. (항생제를 안쓴다면...)

그런데 우리는 익히 어렸을 때 열이 너무 심해 귀가 안들리거나 몸에 장애가 생긴 케이스를 보잖아요.
그것때문에 열이 오르면 걱정을 하고, 밤에 곧바로 응급실로 달려가게 되잖아요.

아이의 몸이 아플 때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튼튼하게 만드는 건
정말 그 '정도(程度)'라는 게 무엇인지 고민됩니다.

아기가 이틀째 아무것도 안먹고 열이 40도가 오르면
자연스레 회복되라고 지켜볼 수 있는 강심장을 제가 가질 수 있을 지...-_-;;;;

여튼.. 은수양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회복속도가 빨라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40도였던 어제는 울면서 엄마찾더니
오늘 열이 내리자 춤추고 노래하니까 어안이 벙벙한 느낌도 있다능. -_-
아기들은 아픈것도 노는 것도 정말 정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나저나 덕분에 하루종일 은수양 안고 업었더니 허리...ㅠㅠ
며칠동안 체온 재며 잠은 자는 둥 마는 둥에 감기도 옮아 기침에 콧물에 머리가 띠잉...-_-

엄마되기는 정말 힘들어요. ㅠ_ㅠ
 
[은수양의 열감기 증상]
- 열이 38-39-40까지 오름. 이마만 뜨겁다가 점차 상반신으로 확산. 밤에 열이 더 심해짐
- 간간히 기침, 콧물, 가래 (심하지는 않음)
- 밥, 물, 심지어 우유도 안먹으려고 함
- 안아달라거나 업어달라고 함. 놀지 않음. 뽀로로와 은하철도 999는 보려함. -_-
- 우는 소리로 엄마만 찾고 잠 잘 때도 엄마 팔이나 몸을 꼭 껴안고 잠.
- 힘들어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잠자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처럼 몸을 움직임
- 잠을 잔다기보다 힘들어 눈을 감고 견뎌내다 잠깐 잠깐 쪽잠자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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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른 이야기]

은수양이 열이 난 그 날, 어린이집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방문했는데
원장선생님은 은수양이 산타클로스를 너무 무서워해서 그 충격에 열이 난게 아닌가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산타클로스를 모르니 그냥 남자가 무서워서 울었나보다 했는데...
어린이집 가방안에 이 사진을 보고
완전 빵 터졌네요. 웃을 준비 하시죠....ㅋㅋ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은수양


ㅋㅋㅋㅋ
저렇게 무서워할 수가... 게다가 산타클로스의 표정 봐..ㅋㅋㅋ
산타클로스가 완전 납치범같죠? ㅋㅋㅋ

아 웃겨...
그리고...

인형 극 관람 중 코 파는 저 아이는 누구지? -_-


은수양, 코 좀 제발 그만 파..ㅠㅠ

오전에는 이렇게 멀쩡히 잘 놀았다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보고 운 뒤에
밥 잘 안먹고 잔 뒤에 열 올랐으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충격이긴 했나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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