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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내가 본 영화

[은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슬픔

며칠 정신없이 바빴네요.

다음주부터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될거라
이번주는 사람도 만나고 열심히 운동하고 제 시간을 가지느라 바빴습니다.


얼마전 만났던 혜진양이 요즘 가장 핫한 영화라길래
무료로 영화볼 수 있는 날짜가 얼마 안남아 냉큼 예매했지요~

영화, 은교 입니다.

 

 
이 영화를 제가 볼거라고 그랬더니

신랑이 선입견을 심어줍니다.

선입견은 영화사에서 배포한 티저동영상이랑 같습니다.

(감독도 왜 그런 뉘앙스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인지...-_-;;)


17살 소녀와 70대 노시인의 부적절한 관계,
원조교제삘의 서지우 말 그대로 '더러운 스캔들'

아... 저는 영화를 볼 때 선입견이 영화를 보는데 지대한 방해가 되기에

토욜날 하는 '영화가 좋다'... 류의 프로를 싫어해요. -_-
안보려면 모를까, 보고 싶은 영화를 망쳐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물론 영화에 몰입하게 되면서 그런 선입견이 점점 배제되기는 했지만

정말 17살 은교가 노시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을까 하는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구요. 이런 마음도 감독의 의도인 것인가...=_=

여튼, 영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서지우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장면.

 

서지우는 국민 시인, 이적요 밑에서 문하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30대의 작가입니다.


이적요를 맡은 박해일

 
그런데 시인의 집 담에 놓여진 계단을 넘어 은교가 불쑥 나타납니다.

 

 

은교는 이적요의 집에서 청소 알바를 시작하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이적요 할아버지를 신기해하고 또 궁금해합니다.

 

할아버지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니까요



할아버지의 문학적 감수성과 깊이에 반하고, 할아버지를 좋아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엄마가 선물 해 준 거울과 같은 모양의 수천 수만개의 거울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니까요.

이적요는 은교의 싱그러운 젊음에 매료되고 말지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은교의 젊은 몸에서 시작되지요.

 

아... 젊음.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은 늙고 꼬부라진 모습으로 영원히 살기를 원하진 않을거에요.

모두, 생명이 꽃이라면 활짝 펴 가장 아름다울 때...그 때의 모습으로,

가장 빛나는 시기의 모습으로 영원히 살기를 바라죠.

 

이적요는 머나먼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젊음을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은교를 통해 자신의 젊음을 되찾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시인이 은교랑 자면서 회춘하냐구요? 아닙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사랑할 때 생겨나는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가

이적요를 젊은 시절로 되돌려놓습니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그 에너지가 그를 젊은이로 되돌려놓은 것이지요.

물론, 은교와 사랑을 나눕니다. 꿈 속에서, 상상 속에서 말이죠.

사그러드는 에너지의 소생,

박해일은 그것을 너무 잘 표현해냈네요.

제가 비록 지금 할머니는 아니지만...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시적이고 또 문학적인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이적요는 손에 날개를 단 듯,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뮤즈를 통해 세상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어내듯

늙은 시인, 이적요도 은교의 싱그러운 에너지로 훨훨 날개를 달게 되지요.

 

여기 서지우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서지우는 '별'도 모르는 공대생으로(영화를 보시면 알아요. ㅋㅋ)
오랜시간 이적요의 문하생으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이적요의 스케줄을 체크하며 살아왔지만...

문학가적 자질은 없는 사람이지요. 이적요는 서지우에게 동경해마지않는 스승입니다.

 

자... 이제부터 스포일러(?) 입니다.

영화는 완전 강추니, 보실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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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우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은 '심장'은

사실 이적요가 쓴 것으로 서지우를 통해 세상에 내놓습니다.

서지우는 세상이 자기를 주목하는 게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정말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초조해하죠.

이적요 껍데기 역할을 하는 서지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래서 자신의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는 문학적 재능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스승을 모시며 문하생활을 해온 자신이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무것도 아닌 은교가 시인의 호의와 사랑을 받자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은교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발표해버리죠. -_-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답니다.

묻어두기엔 아까워서 그랬답니다.

 

'은교' 단편소설은 이상 문학상을 받습니다.

 

서지우는 그 작품이 이상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공대생이죠.

또한 은교가 어머니에게 처음 생일선물로 받은 거울이, 공장에서 수천 수만개를 찍어낸 거울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정말 무식한(공대생 분들에게 죄송..-_- 영화에 그렇게 표현된답니다. =_=) 공대생입니다.

 

이적요는 자신의 제자가 소설을 훔쳐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 것을 알고 분노합니다. 당연하죠.

그리고 '심장'을 발표하게 한 건 오랜동안 자신의 밑에서 일한 '새경을 주려고 그랬다.'라고 말합니다.

('새경'은 머슴에게 지급하는 일년 동안의 연봉을 말한다네요. -.-)

 

이적요가 서지우에게 자신을 다시는 찾지 말라고 말한 건 너무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적요는 이상 문학상 시상식장에 나타나 축하의 말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적요는 서지우도 은교도 멀리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은교는 서지우가 자신을 다룬 소설을 발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없었던 것 같은데...=_=>

 

이적요의 생일날, 은교가 케잌을 들고 찾아옵니다.

그리고 서지우도 찾아오죠.

 

이적요가 잠든 줄 아는
은교는 서지우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격렬한 섹스를 나눕니다.
이 장면을 이적요는 사다리까지 가져다 놓고 봅니다. =_=

 

자신에게 잘 자라며 이마에 입맞춤을 해줬던 은교가

서지우와 저러고 있으니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화가 났겠지요.

은교가 평소 관심도 없던 서지우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 때문이고,
그 소설은 자신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쓴 것이라 생각해 그런 것이니
이적요는 말못할 억울함과 질투심에 미칠지경이었겠지요.

 

분노한 이적요는 서지우의 차를 펑크내고

자신의 차 바퀴에 나사를 풀어 사고를 유발합니다.

가벼운 사고 후 카센타를 찾았다가 아버지같이 생각했던 이적요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에 격분해 운전하다 사고로 정말 죽고 맙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은교는 어느 날,

단편 소설이 서지우가 쓴 것이 아닌 이적요가 썼다는 것을 알게되고

이적요를 찾아가 자신을 아름답게 써준 것에 감사하다고, 그리고 눈물을 흘립니다.

 

영화는 늙은 노시인을 통해 젊음에 대한 회고와 고찰, 그리고 동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 또한 벌이 아니고

누구나 다 아기로 태어나 가장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보내고

또 누구나 모두 늙어 죽게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지만...

시들어버린 육체이지만 그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게

싱그러운 젊음을 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영화는 그런 점에서 퍽 슬픕니다.

 

아마도 저 역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뒤로하고

점점 나이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그리고 갓 대학에 들어갔을 때

주변의 어른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나이 때는 맨얼굴도 예뻐."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화장한 얼굴이 훨씬 이뻐보였는데 말이죠.
눈에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바르고
입술엔 발그레한 립스틱을 바른 모습이
칙칙해보이는 맨얼굴보다 훨씬 빛나 보였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어른들에게 들었던 그 말들을
어느덧 제가 하고 있네요.

어른들의 말 뜻을 이해할 때가 되었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던 젊음을 뒤로 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운이 오래남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

 

- 은교는 노시인을 꼬시려고 했을까?

영화는 은교가 교복을 몸에 타이트하게 고치고, 치마를 짧게 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비오는 밤 늦게 노시인을 찾아와 재워달라고 하고

또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죠.

 

 

은교가 노시인을 꼬시려고 했을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_- 남자들의 착각이 아닐까..

교복을 몸에 맞추고 치마를 짧게 하는 건... 그냥 예뻐 보이려고 하는거고(저도 그랬다능.-_-)

유명한 할아버지니까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고 충분히 존경할만한 할아버지니까
성적인 느낌이 아닌... 그냥 할아버지라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껴안고 따른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네요.

 

여기서 딸아이를 둔 엄마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요. -_-

 

나와 딸은 할아버지라고 공경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방심(?)할 수 있으나...

할아버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_-;;

할아버지도 남자라는 사실 말입니다.

소녀시대가 티비에 나오면...
6살 남자아이부터, 중 고등학생 형과, 남편과 할아버지까지
똑같은 표정을 하고 본다는 그 진실.. 말입니다. --;

가만보니 제가 여행다닐 때나 우리나라에서도 할아버지나 아빠같은 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저한테 딴 마음을 먹었던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일들이 떠오르네요. -_-

난 정말 나이든 할아버지라서, 또는 아빠연배라서 잘해드렸던 건데..-_-
오해하셨었나봐. -_-;;

 

- 박범신 작가

 

책이 궁금해서 은교 책을 주문했어요.

오늘 도착할 예정! 책이 궁금하네요. +.+

 

- 박해일

박해일의 연기는 기대보다 사실 별로였어요. ㅠㅠ

 
노인 분장을 했지만... 언듯언듯 몸에서 젊음이 보여... 노인같지 않더라구요.

대신... 젊음을 찾았을 때(마음의)의 장면이나 '잘가라' 인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너무 표현을 잘했지만...

나머지 노인 역할에서는.. 저는 연기가 좀 모자르다고 생각했네요.

 

그렇다고 정말 이순재 같은 분이... 연기를 했다면...

노시인의 모습은 잘 표현해냈겠지만... 젊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젊으신 박해일님(왠지 님자를 붙여야할 것 같아.. 할아버지였어서...)

 

- 김무열

 

밉지만... 동시에 밉지않은 캐릭터.

 

- 은교

 

저는 은교의 연기력에 감동. 제일 연기 잘했던 것 같아요.

아직 어린데...연기도 잘하고(또래역을 맡아서였을까..)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게다가 엄청난 노출을...=_= 그런 결심을 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노출 관심(은교라고 검색만 해도 '노출 수위'가 뜨더군요. -_-)'에 힘들겠지만
고은양이 마흔살이나 쉰살 이후에 보면 이 영화를 잘 찍었다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교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이적요에게 말했던 것처럼 말이죠.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봐서 즐거웠네요. 짝짝짝! :)

 


 * 은교 : http://eung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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