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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연재] 순례자의 길

[순례자의 길36] 에필로그, 산티아고에서


이 글은 에필로그 입니다. 첫 번째 글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니
처음 읽으시는 분은 위에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


산티아고의 순례자와 관광객.
보물이 있는 산티아고에 도착하자
우린 그만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


산티아고 성당의 미사
아침 9시,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아침을 맞은 산티아고의 둘째 날,
더 이상 벌레에 물리지도 않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래서 기뻐해야하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슬픔에 잠기고 마음은 착잡해진다.
내 발걸음은 어느새 어제 들어가보지 못한(아니, 들어가보지 않은) 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위의사진] 산티아고 성당, 잠시 뒤면 이 광장에 순례자들이 모여들겠지.
어제의... 모자에 꽃을 단 핸섬한 독일 남자가 올지도 몰라.


[위의사진] 산티아고 성당에 온 것을 알리는 순례자.

순례자들의 의식 중 하나다.


[위의사진] 미사 중인 모습.


[위의 동영상]
순례자들을 위한 노래.
미사 시작에 앞서 연습을 한다.

이날 기세라 언니를 만났는데
스페인어 미사에서 언니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어떻게 스페인어를 아냐고 했더니
노래가 라틴어라 자기도 안단다.

다른 언어를 쓰는 유럽인들이
하나의 라틴어로 노래를 불렀다.

조금 부러웠다.

 [위의사진] 자리가 없어 이렇게 바닥에 앉아 미사를 듣는 사람이 많다.

어제 산티아고에 도착한 한국 순례자는
꼬레아나 Coreana 1명이란다.
나 혼자 도착했나부다.

기분이 묘하다.

 [위의사진] 산티아고, 야고보.

 [위의사진] 그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

성당을 나와보니 길거리는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위의사진] 연주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위의사진] 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

 [위의사진] 음악감상 중인 순례자.

 [위의사진] 관광객은 이렇게 사진을 찍고 돈을 낸다.

 [위의사진] 화살표 티셔츠를 입은 마네킹.

다양한 기념품을 많이 판다. 난, 화살표 타일 큰 것(7.9유로)과 작은 것(2유로)몇 개와
뺏지(
1.2유로), 작은 종(2.9유로), 그리고 은으로 만든 작은 조개 팬던트를 5유로에 샀다.

 [위의사진] 이곳은 산티아고의 구시가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저 멀리 보이는 첨탑은 산티아고 성당인데 구시가지 구경을 할겸 조금 멀리 나왔다.
여행시 유용한 팁을 한가지 알려주자면, 유럽의 모든 도시의 중심에는 성당이 있다.
길을 잘 모르면 가장 높은 첨탑이 있는 곳으로 가면 바로 구시가지의 중심가가 나온다.

순례자 박물관(Museo Das Peregrinacions)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성당외에도
오래된 성당과 몇 개의 뮤지엄이 있다.

인포에서 받은 지도에
흥미로운 뮤지엄이 있어 찾아갔다.

순례자와 관련된 기록과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곳인데
다양하게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엽서가 있어 골랐는데
한 장에 겨우 0.15유로밖에 안해서 놀랐다.

입장료는 적어놓지 않았는데 무료였나보다.

[위의사진] 산티아고

 위의사진] 순례자 복장, 약간 마부나 우체부 느낌이 난다. =_=

 [위의사진] 일본인이 정리해놓은 순례자의 길.

세밀하고 아름답다.


 [위의사진] 박물관의 정원. 색색깔의 유리로 만든 신발.

 [위의사진] 순례자의 길이 시작되는 유럽 전역의 지도.
내가 걸은 길은 겨우 노란색 루트일 뿐이다.


3박 4일간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길에서 만났던 오스트리아인 기세라, 독실한 가톨릭 이탈리아 아저씨 두분,
아이슬란드인 마리아, 끝까지 이름을 묻지 못한 스웨덴 언니를 만났다.

나초, 실야, 그리고 지금도 만나고 싶은 롤란드를 만나지 못한게 아쉽다.
짤즈부르크 근처의 스키장에 가면 수련 중인 그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산티아고 축제를 보지 않고 포르투갈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세계여행을 계속했다.

 
[산티아고에서 다시 100km, 피니스테라 Finisterra]

저는 버스를 타고 다녀왔지만(더이상 알베르게 벌레에 물리고 싶지 않았어요.ㅠ_ㅠ)
많은 순례자들이 '순례자의 길'의 아쉬움을 달래며 걷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이 신발과 옷가지를 태운다는데
저는 환경오염이 걱정되어...--;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걷는데는 3일이 걸리고(알베르게 사이의 거리 때문에 다른 일정은 불가능해요~)
왕복 21유로 정도하는 버스는 오전 8시쯤부터 오후까지 있습니다.
주말에는 버스가 별로 없으니 평일날 가는 것이 좋아요.
버스 시간표를 하루 전 날 인포에서 미리 받아 계획하는 것이 좋아요.

순례자들과 바다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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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제 한달이 조금 넘는 길에서의 이야기는

2년이 조금 못되는 시간이 걸려 드디어 끝이 납니다.

세계여행을 끝낸 후,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이야기었는데
이렇게 겨우겨우 희미한 기억 속에 끝을 맺어 아쉽고 또 아쉽지만,
그나마 다이어리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제 이야기는 잊고 싶지 않은 제 기록입니다.
33살 생일 선물로 꽤나 근사한 선물이었고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마도 영영 잊지 못하겠지요. :)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2006년 7월 18일,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 저녁에 썼던
제 일기를 덧붙입니다.

그동안 순례자의 길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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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가 대답했다.

"네가 알아야 할 것들은 모두
여행에서 배우지 않았느냐."

<책 '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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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한다.

네, 저는 세상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느꼈고,
그 많은 것들이 제 가슴속에 살아
열정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여전히 어리석고,
가끔은 교만하며,
또 자만심에 빠져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온갖 속임에 속아 넘어갑니다.

그런 제가,
여행을 통해
정말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2008. 11. 11(2010.4.19 업데이트) pretty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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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3년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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