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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쁘리띠의 수다

일주일간의 서울

일주일동안 포스팅이 없었지요?

 

그동안 아빠가 당뇨로 입원중이었는데 퇴원한다해서 안심하고 있었더니 

퇴원하는 날 쓰러져서 다시 재입원을 했어요..=_=

 

급하게 비행기표 끊고, 은수 아빠가 은수 보는 일주일 동안

서울에 다녀왔어요~

 

 

병원의 첫 끼는 7시

 

공항에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가서 아빠 퇴원할 때까지 함께 있었어요.

당뇨인데 합병증으로 신장이 많이 안좋아졌고 전신에 수포가 생겨있었어요.

기운도 없는데다 몸이 가려우니 굉장히 힘들어 했어요.

 

저는 병실에서 간이침대에서 잤는데... 자는 건 괜찮았는데 병실이 너무 건조한데다가

계속 자다깨다 해야해서 잠을 푹 못자니 입 안도 다 헐고 콧물 기침 감기에 걸렸어요.

아빠의 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하루가 지나고 병동 생활이 익숙해지자

주변의 사람들도 보이고 병동의 일상을 관찰할 여유도 생겼어요.

 

병실의 일상은 새벽 5시. 혈압재기로 시작해... 5시 반 당체크.

6시 인슐린 주사 맞기, 7시 아침+약먹기. 산책. 10시 반 당체크.

12시 점심+약먹기. 산책. 3시 반 당체크. 6시 저녁+약먹기, 산책. 9시 반 당체크, 약먹기.

 

이런 식으로... 약과 주사 그리고 밥으로 돌아가요..

 

당뇨 신장식

당뇨식이랑 신장식이랑 진짜 음식이 완전히 다른 거 아세요? +.+

몸에 좋다고 알려진 잡곡밥, 콩 이런 거 먹으면 신장 환자들은 신장이 더 안좋아져요.

 

 

이곳에는 아무도 일 때문에 바쁜 사람이 없어요.

병원 밖의 세상에서는 모두가 시간에 쫓기며 사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몸이 망가지면 바쁘다는게,

또는 돈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서는 모두 자신의 몸 상태에 집중하고

중간의 무료한 시간은 티비나 낮잠, 멍때리기로 보내는

심심해 죽을 것 같은 일상이 지속됩니다.

덕분에 저도 책을 세 권이나 읽고 왔어요.

 

티비보기

 

아빠가 많이 아파서 왔지만.. 거동도 못하시며 산소 호스를 달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워낙 많아

아빠는 공갈환자라며 농담하시는 할아버지도 계셨어요. -.-

 

또 반면에...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휠체어든 뭐든..)

아무리 죽을 상황이라도 밖에 나가 담배를 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저희 아빠를 포함해 -_-)

죽지않으려고 병원에와서 치명적인 담배를 피는... 묘한 분위기가 서린 그런 곳이었어요.

 

여튼 아빠가 토요일 오후에 퇴원을 해서

일/월요일은 머리도 하고 영화도 보고 북촌에도 다녀왔네요.

 

세월호 사건 이후에 저는 고통스럽지 않게 죽는 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떻게하면 안아프고 죽을 수 있을까.....

병원에 갔더니 너무 힘들게 보내시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

 

저희 아빠가 원하는 죽음은 *밤새 안녕*인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늦기 전에 건강 잘 챙기시고

먹고 싶은 거 많이 사 먹고, 여행을 나중으로 미루지 마세요.

아프면 먹지도 못하고, 여행을 떠날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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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Next 음반이 언제 나오나.. 친구들과 설레며 기다렸던 적이 있었어요.

 

 

음악을 듣고 너무 감동해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팬레터를 써서 보냈던 가수입니다.

저는 Next 1집을 들으며 그림도 꽤 많이 그렸었답니다.

 

그런데 저희 아빠보다 먼저 세상을 등질 줄 몰랐네요.

 

"

세월이 흘러 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

 

신해철씨는 정말 후회없이 살았을 것 같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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