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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내가 본 영화

[전우치] 매력적인 도사 이야기


전우치의 개봉날만 기다려온 신랑을 위해 금요일 티켓 예매를 해두고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을 먹고 신나게 영화관으로 고고씽~! :)

대부분 영화 예고편이 본 영화보다 더 재미있기 마련인데
전우치는 기대했던 것 만큼이나 훌륭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을 때는 도사이야기를 곳곳에서 접했다.
머리카락을 뽑아 도술을 부리는 머털도사가 있었고,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을 괴롭히는 12지신 요괴를 잡는
조금은 진중하고 무서운 도사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도사들은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에서 살며
수련을 하며 살아갔다.

성인이 된 후 중국의 계림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이런 봉우리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였는데
계림에서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분실술, 축지법, 장풍 등을 구사하는
우리의 도사들은 요즘 우리들에게 익숙한 영웅들과는 거리가 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들은 힘을 타고나지만,
도사들은 수련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키운 힘으로 득도를 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니 말이다.

내게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다. 

'마음을 덜 비운' 전우치가
왕과 양반들을 희롱하고(물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 안달하는 악동이지만,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감독이 어쩌면 고루할 수도 있는 우리의 옛 이야기를
요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자신있게 부각시키며 내놓았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

전우치가 시리즈 물로(영화가 안된다면 티비로),
여러 요괴를 물리치며 점점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독에게 박수를, 짝짝짝!



[영화를 보고 든 생각]
- 영화 음악이 너무 재밌고 영화와 잘 어울려 계속 웃음이 났다.
연주자들 모습도 너무 재밌었다는...^^

- 그림 속으로 들어가 도망을 간다거나
그림 속의 봉우리에서 살거나
 도술을 부려 사람을 그림 속에 가둔다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다.

- 강동원은 전우치를 충분히 즐기면서 촬영한 것 같다.
캐릭터도 너무 잘 어울리고, 잘 소화해냈다.

- 화담역을 했던 김윤석은 정말 섬뜩하게 연기를 잘한다.
타고난 연기자인 듯. 감탄감탄...
가만보니 백윤식을 포함해 도사들 역시 너무 연기를 잘한다.

화담은 전우치와 마찬가지로 실존했던 인물로,
전우치가 겨뤘다 패한 뒤 친구이자 스승으로 삼았던 사람이란다.
영화에서는 요괴화된 인물로 나오지만...
 
- 임수정은 조선시대 캐릭터는 너무 재밌었는데

나중에 보라색 눈두덩이로 나와 안습. ㅠㅠ
그냥 나빠지는데 왜 보라색으로 눈을 칠해야하는 건지...-_-;;

- 아참, 임수정을 구하는 강동원의 장면에서
슈퍼맨 분위기가 느껴져 조금 실망했다.

- 유해진은 완벽한 탑 조연급이 된 듯.
그가 없었으면 영화가 덜 재밌었을 것 같다.
게다가 그 마지막의 반전이라니...ㅋㅋㅋㅋ

- 12지신 요괴들이 좀 더 많이 나왔다면 재미있었을텐데
양, 쥐, 토끼 이렇게 나왔던 것 같다.

- CG도 훌륭~!

- 영화 대박 나시길~! :)

* 홈페이지 : http://www.jeonwoochi.co.kr